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요즘의 분위기로는 교육을 제대로 받으려면 학교를 벗어나야만 될 듯하다. 학교는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고, 공교육을 이야기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기 쉽다. 공교육의 바깥에서 나오는 성공 사례들이 부모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각종 사교육 기관에서는 자신들에게 아이를 맡기도록 겁을 준다.
부모들을 탓할 수도 없다. 부모들은 너무나 바쁘고 아이들을 찬찬히 도와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앞서가는 부모들 역시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필 밝은 안목을 갖기는 어렵다. 경쟁 사회 속에서 효율성의 신화에 짓눌려 사는 어른들의 눈에는 아이들의 능력과 인성이 긴 시간을 통해 서서히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보이지 않는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많이 무언가를 전달할까 조급해지고 교육산업은 미디어를 통해 부모들에게 이를 부추긴다.
괴테는 “활동을 늘려주거나 격려하지 않으면서 단지 가르치려고만 하는 모든 것을 나는 증오한다”고 하였다. 아이들은 지식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지식을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체화해야만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그 과정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하며 놀이처럼 즐겁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가능한 장소는 어디일까? 물론 이러한 철학을 가진 유능한 교육자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아이를 만날 수 있다면 어디라도 가능하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곳은 학교 밖에는 없다. 학교를 벗어난 대부분의 기관은 영세하고, 시간이 없고, 단기 성과에 쫓긴다.
엄마들의 직접 교육도 좋은 대안이지만 충분한 교육을 받고 능력을 가진 여자들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사회 전체의 표준일 수는 없다. 맞벌이는 시대적인 대세이고, 더욱 권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믿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
결국 해결책은 학교로 향할 수밖에 없다. 공교육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고 더 많은 창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선생님, 더 좋은 선생님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해 줄 선생님이 필요하고 아이들을 믿어주고 격려하며 성장기의 고통을 같이 걸어가 줄 선생님이 필요하다. 정권 이양기에 교육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왜 이런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 않을까? 대학에서 학생을 어떻게 선별할지, 수능을 등급제 또는 점수제로 할 것인지 하는 문제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건물은 기초가 튼튼해야 하듯이 우리 아이들에도 어린 시절이 가장 중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을 키우는 부모는 800만명 이상이다. 지금은 800만명의 각개약진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에서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바로 옆에 저수지를 두고 깊은 우물을 파는 꼴이다. 사회 속에서, 공동체 속에서 답을 찾아야만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제야 비로소 진정 ‘참여’가 필요한 때가 되었는지 모른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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