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나서 많은 부모들은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한다. 어떤 부모들은 항변을 하기도 한다. “저도 참을 만큼 참다가 한바탕 한 거예요.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이런 생각의 밑바탕에는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가 있다. 아이의 좋지 않은 행동에 대해 부모는 인내심을 갖고 참든지, 아니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 키우기의 효과적인 길은 참는 것과 폭발하는 것 그 사이에 있다.
아이의 부정적인 행동을 그대로 참아줄 수는 없다. 이러한 행동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부모의 의무다.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고 흥분해서는 될 일도 되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고 흥분하는 것은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부모의 모습은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부모에게 떼를 쓰는 아이의 모습과 유사하다.
유아들은 자기가 바라는 바를 효과적으로 요구하기가 어렵다. 이 아이들은 바라는 것이 금방 되지 않을 때 떼를 쓰거나, 조르는 것을 포기하고 참는다. 부모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계획을 세워 단계별로 노력하거나 부모와 대화를 통해 타협하기는 아직 어렵다. 이 아이들의 대응방식은 지나치게 단순하여 부모의 태도에 좌우되기 쉽다. 부모가 요구를 들어주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 들어주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실컷 떼를 부리는 일 외에는 없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부모가 보이는 반응이 아이들과 유사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부모들도 그저 참거나 아니면 떼를 쓰듯이 아이를 다그친다. 아이가 부모가 바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 접근하거나 타협하는 것은 어른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방향이지만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 키우기를 일과 비교하여 생각한다면 우리의 대처가 얼마나 단순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자신의 거래처가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포기하고 앞날만 걱정하든지, 아니면 거래처에 가서 드러눕고 떼를 쓰든지 두 가지 방법밖에 없을까? 아마도 이유를 찾아보고 그에 따라 여러 타협안을 모색하고, 갖은 인맥을 동원해 해결에 나설 것이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도 너무나 많다. 말을 듣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미리 계획을 세워 행동에 대해 약속하는 것, 약속이 어긋났을 때의 규칙에 대해 서로 타협하고 실행하는 것, 긍정적인 행동을 만들어주기 위해 본보기를 보이는 것 등이렇게 선택의 여지가 많은데도 단순한 접근만 고집한다면 결과는 분명하다. 그저 아이가 부모에게 떼를 써서 얻어낼 수 있는 수준, 그 이상은 없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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