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누구나 처음 해보는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대부분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에 부모들의 고민과 어려움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어떤 부모들은 비슷한 고민을 반복하며 같은 수준에 머물고, 어떤 부모들은 문제를 하나 둘씩 해결해가며 아이와 함께 자란다는 점이다. 늘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아이들이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고 계속 비슷한 문제를 보이니 나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의 문제가 변하지 않듯이 부모의 대응방식도 변하지 않았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누구나 처음에는 쉽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를 원한다.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말로 꾸짖고 타이른다. 이것이 제일 쉽다. 다음에는 큰 소리로 야단을 치거나 벌을 준다.
그 다음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문제가 계속된다는 것은 과거의 방법이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합리적인 부모라면 이제 다른 대안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대안을 모색하고 끈질기게 시도하지 않는 한, 힘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늘 비슷한 고민을 반복해서 할 수밖에 없다. 책도 보고 전문가의 의견도 듣고 다른 부모들의 의견도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창조적으로 궁리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에 시도한 방법을 잘 정리해야 한다. 과거의 시도에 대해 아이가 보인 반응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권할 수 있는 것이 아이에 대해 꾸준히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 떠오른 아이디어, 어디서 보고 들은 정보를 모아 놓는 공책을 만들어 보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크게 별표도 쳐보고, 앞으로 실천할 부분은 잊지 않도록 형광펜으로 표시도 하자. 막상 실천을 해보니 쓸모가 없다고 느낀 것은 두 줄로 지워버려도 좋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이 공책을 처음부터 훑어보자. 읽다보면 예전에 이렇게 좋은 생각을 했었나 싶어서 놀랄 때도 있을 것이다. 또 지금 고민하는 문제의 해답을 예전의 기록에서 찾을 수도 있다. 공책은 자신이 부모로서 한 걸음 더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매번 비슷한 고민 속에서 헤매다가 비슷한 결론만 내는 부모가 아닌, 하나하나 시도하면서 아이에 맞는 답을 찾아가는 성장하는 부모로 만들어 준다.
새해 아침이다. 이맘때면 흔히 볼 수 있는 표현 중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는 약한 존재이다. 갑자기 맹자의 엄마가 될 수도 없고 에디슨의 엄마가 될 수도 없다. 다만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부모가 되는 것,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한 걸음 더 나아지려고 하는 것, 이를 생각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면 우리는 올해가 갈 무렵 더 나아진 자신과 아이의 모습에 좀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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