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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시간 없을수록 ‘관계’에 집중하자

등록 2007-11-19 18:48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여기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한 직장맘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인데 아이는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한다. 미리 자기가 할 공부를 해 놓으면 좋으련만 엄마가 와서 옆에 붙어 있기 전에는 할 생각을 않는다. 이러니 직장에서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는 날이면 아이에게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서 또 후회를 한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마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 서 있는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은 기본부터 돌아보는 것이다. 아이가 자기 관리 능력을 갖지 못했을 때 필요한 것은 아이에게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관리 능력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자기 관리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때가 되지 않은 아이를 밀어붙이고 혼을 낸다고 해서 때가 앞당겨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모에 대한 반감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생기기 쉽다. 자기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는 잘 해보려는 마음인데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고 부모에게 화가 난 아이들이 잘 해보려는 마음을 가질 수는 없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빨리 인정해야 한다. 아직 스스로를 챙기는 것이 힘든 아이들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데 엄마는 시간이 부족하다. 직장 다니는 엄마에게 아이 공부 가르치고 숙제 감독할 시간은 있지만, 아이의 기분을 풀어줄 시간은 없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일단 효율성을 따져 우선 챙길 것만 챙기게 된다. 그러나 양육에는 ‘두 배의 법칙’이 있다. 아이에게 하나를 얻어내려면 부모가 아이에게 두 배의 긍정적인 자극을 줘야 한다.

시간이 부족할 경우 아이와의 관계를 우선시해야 한다. 시간이 적다면 아이에게 뭔가 시키려는 노력은 포기해야 한다. 아이가 말을 잘 듣는 경우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아이가 해야 할 일보다는 아이에게 해줄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단 관계가 좋아야 앞으로 한발자국 내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집에 들어오면 씻고 밥을 챙기느라 서두르지 말자. 다만 20분이라도 아이와의 만남을 반가워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같이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럼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냐고? 물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엄마가 일을 하는 동안 엄마가 못해주는 부분을 대신할 수단을 찾아야 한다. 숙제를 챙겨주는 작은 규모의 공부방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감독하고 관리하는 것은 다른 쪽에 맡기고, 엄마는 가장 중요한 아이와의 관계에 시간을 집중하는 것이다. 아이와 책을 보거나 놀이를 하고 공부방에서 하기 어려운 만들기 숙제를 같이 하자. 엄마에게 여유가 생기면 아이도 여유가 생긴다. 서두름과 강압적인 자세는 아이의 반항심에 물을 주는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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