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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왜 훔치는지’ 이유 따져보면…

등록 2007-12-03 18:09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이야기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지니고 있다. 작은 잘못을 저지르다 보면 점차 큰 잘못도 죄의식 없이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격언은 어른들 사이에서 적용할 이야기이지 아이들에게 적용할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가 남의 물건을 집어왔거나 부모의 지갑에 손을 댔을 때 심하게 당황하는 부모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다가 아이가 범죄자로 자라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심하게 아이를 다그치는 부모들을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생각난다.

훔치는 행동은 아이들에게 흔한 문제다. 우리들 대부분은 어린 시절 한두 번은 이런 경험을 한다. 그러나 상습적으로 도둑질을 하는 어른으로 크는 경우는 드물다.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사고 체계는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아이들의 사고 과정을 분석한 연구를 보면 유아들의 사고는 이런 식이다. “내가 갖고 싶은 자동차 장난감이 저기에 있구나. 그 장난감은 나를 위한 거야. 그러므로 내가 가져갈 수 있어.” 이런 아이들이 가게에서 물건을 그냥 집어온다고 해서 그것이 어른들이 말하는 도둑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라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생기지만 아직은 충동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 결과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 역시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게 된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힘도 부족해 마음이 허전하고 속이 상할 때는 마음의 빈 구석을 채우기 위해 물건을 집어올 수 있다.

물론 아이에게 그런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는 있다. 그러나 심하게 매를 든다거나 호들갑을 떠는 식으로 대하면 아이는 그런 행동을 다시 하기가 쉽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에 대한 연구를 보면 비행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일관되게 부모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훈육을 꼽고 있다. 지나치고 강압적인 훈육은 아이가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든다. 자기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아이가 좋은 행동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훔치는 행동이 나타났을 경우 그 밑바탕에 깔린 문제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 전혀 용돈을 안 주는 것은 아닌지, 아이의 충동을 자극하도록 돈을 아무데나 두는 것은 아닌지, 아이가 부모를 일방적이며 자기 이야기를 안 들어줄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아이가 우울하고 허전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충동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가는 단계에 있다. 아직 덜 배웠고 덜 컸음을 인식해, 그런 능력을 키워주고자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부모 스스로 한번 물어봐야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이지 처벌은 아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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