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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거짓말 어릴 때 잡아야 한다?

등록 2007-11-26 18:21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의외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거짓말에 과도하게 반응한다. 어떤 부모들은 거짓말이 장차 아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아이가 될 징조가 아닌가 염려한다. 그래서 초반부터 확실하게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아이의 자연스러운 정신적 활동은 난데없이 도덕성이란 틀에 재단된다. 소꿉놀이에 날선 부엌칼이 등장하는 꼴이다.

물론 정말 걱정해야 할 거짓말도 있다.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려는 거짓말, 다른 사람을 조종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거짓말이다. 이때는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 적응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두고 정색을 하고 야단을 쳐서는 안 된다. 화장을 한 여자의 얼굴에 갑자기 물티슈를 들이대고 닦으면서 네 얼굴의 진실을 보자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모든 아이들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지어낸다. 정신활동이 활발한 아이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지어내어 자기가 만나고 있는 세계를 자기에게 맞게 바꿔 본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순간만큼 아이는 자유롭다.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은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통해 실패한 것을 부인하고 잘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기운을 차린다. 부모를 좋아하지만 두려워하는 아이들도 거짓말을 한다. 자기가 원하는 모습의 부모를 마음속에 만들어두고 그 부모는 자기를 인정해 줬다고 생각한다. 그러고서는 현실의 부모가 자기를 인정했다고 믿곤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 둘러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가 둘러대는 것이 부모를 조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려운 현실을 회피하는 모습이라고 봐야 한다.

아이들의 거짓말을 따끔하게 혼내면서 부모들은 작은 거짓말이 나중에 큰 거짓말이 되기에 일찍 싹을 잘라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부모들이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아이가 이대로 부모로부터 벗어나서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거짓말은 아이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자신만의 시각과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부모도 은연중에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독립하려는 아이에 대해 자신의 품 안에 두고 싶은 감정을 표현한다. 그 표현은 겉으로는 도덕성의 옷을 입고 있지만 한 꺼풀 속에는 아이가 부모로부터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부정적인 거짓말이 아닌 이상 부모는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면 된다. 알고 있으면서도 속아 넘어간다는 식의 태도가 가장 적당하다. 숨바꼭질에서 아이가 있는 곳을 알면서도 못 본 체 넘어가듯이 대하면 된다. 오히려 아이가 보호하고 싶어 하는 자신만의 감정이나 세계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해야 한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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