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부모들에게 흔히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좋은 양육지침서를 추천해달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책이라도 보고 배우려는 엄마들의 마음은 참으로 소중하다. 요즘은 지역사회의 복지관 등에서 하는 부모교육에도 참여하려는 부모가 많다고 한다. 그냥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되는 것이지만, 부모로서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부모들은 책을 아무리 읽어도 소용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읽을 때는 맞장구를 치면서 그렇게 실천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자기 성질대로 나온다고 한다. 이론과 실천은 다르다는 부모도 있고, 양육서적이 구체적인 지침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부모도 있다. 거꾸로 책 내용은 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지만 정작 내 아이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부모도 있다.
이런 부모들에게 나는 묵상법을 권한다. 가톨릭의 신부님들은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성경책을 꺼내 한 구절을 읽고 혼자서 묵상을 한다. 신부님들 대부분은 성경을 이미 여러 번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성경을 다시 읽는 이유는 뭘까? 이미 알고는 있지만 다시 한 번 떠올려 자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다. 불교에서도 아침예불 시간이면 같은 경전을 반복해서 암송한다. 마음을 바로잡고 자세를 가다듬는 데 좋은 문구를 반복해서 접하는 것은 큰 효과가 있다.
부모님들도 자신에게 감동을 준 양육서적이 있다면 한 번 읽고 책꽂이에 꽂아둬서는 안 된다. 늘 옆에 두고 성경책을 읽듯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공부하듯 처음부터 통독해나갈 이유는 없다. 다만 몇 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마음에 내키는 구절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자. 읽으면서 외워 보는 것도 좋고 읽은 뒤 혼자서 묵상을 하면 더욱 좋다. 방금 전에 읽은 내용과 현재의 우리 아이를 같이 떠올리면서 고민을 해 보자. 책에 나온 내용은 활자일 뿐이다. 자신의 고민을 통해서만 우리 아이에게 맞춰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원칙을 현실에 적용하려면 적용하는 주체가 변해야 한다. 양육서적에 나온 실천 방법을 막상 적용하면 잘 들어맞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내용은 같더라도 실천하는 주체가 달라지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종교인들이 같은 경전을 반복해서 읽고 묵상하는 이유는 경전 속의 삶에 자신을 동화시키기 위함이다.
양육서적을 읽는 자세도 마찬가지이다. 가까이 두고 반복해서 읽고 깊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양육의 방법뿐 아니라 그 책을 관통하고 있을 성숙한 부모의 모습을 체화할 수 있다.
정말 우리 아이에게 맞출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책에 있지 않다. 아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 머리 속에 있다. 다만 그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양육서적은 우리의 좋은 안내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서두르지 않고 진지해질 수 있다면 말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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