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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준별 보충수업·야자만 없어진다면

등록 2007-09-27 14:38

[전국] 목포 학생들의 교육현실, 내 꿈 찾을 기회도 없이 문·이과 선택
학교생활에서 지방학생들을 괴롭히는 건 역시 수준별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이었다.

추석을 앞둔 목포시 고등학생들은 밤 10시까지 야자를 하고, 학원에 가기 바빴다. 보통 학원수업은 12시, 1시까지 진행. 집에 돌아가 씻고 나머지 공부까지하면 평균 수면시간은 4~5시간 정도다.

특히 목포에서는 명문고로 통하는 ㅁ고는 전국학력평가 시험을 치른 21일에도 어김없이 야자를 진행했다. 이유인즉, 다음날 체력검사를 해서 수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야자를 해서라도 공부시간을 보충하겠다는 것.

“효율성 떨어지는 야자, 수준별 보충수업 너무 싫어”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 연성이(고1)는 입시보습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만큼은 집에 가서 쉬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ㅁ고교에 다니는 연성이는 평소 오후 4시30분에 7교시를 마치면 6시20분까지 보충수업을 한다. 주로 국영수사과 등 예체능교과를 뺀 과목을 교과 선생님이 나눠 가르친다. 비용은 월 100시간에 9만 2천원. 보충수업은 문제집풀이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전교생이 다 참여하는 것이라 수업시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리고 밤 10시까지는 야간자율학습시간. 교실에는 담당 선생님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는 자못 진지하다. 하지만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에 비해 효율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정규수업부터 보충수업, 야자에 이르기 까지 아침 해 뜰 때부터 어둑한 밤이 되기까지 한 교실에 앉아 수업을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솔직히 야자 도움 안되요. 전국적으로 고등학교에서는 다 진행하니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교실에 계속 앉아 있는 것보단 학원에 가든지, 집에서 쉬면서 공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인근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ㄷ고에 다니는 양오(고2)는 수준별 보충수업이 싫다. A~D반까지 성적에 따라 총 4개 반으로 나눠 운영하는 보충수업은 은근히 열등감을 느끼는 시간이다. 반에 따라 교사들이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역시 ‘대학에 가려면’ 이까짓 차별은 참을 수밖에 없다. 야자할 시간에 좋아하는 취미활동 같은 것을 하면 좋겠지만, 그건 역시 바람일 뿐이다.

내 꿈 찾을 기회도 없이 문·이과 선택

ㅁ여고도 반을 이동해 수준별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올해 1학년인 가영이와 수정이는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학원 문을 나섰다. 그나마 오늘은 학력평가 시험 때문에 야자를 안해서 몸이 덜 피곤한 편이다. 또 이제 며칠만 더 학교에 나가면 추석이라서 위안이 된다. 하지만 명절이라고 마냥 놀 입장은 못 된다. 중간고사가 10월 4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근처 학교는 대부분 10월 중순에서 말일에 시험을 치르는데, 학교감사 때문에 시험을 일찍 본다는 소문이 있다. 그래서 추석에도 독서실에서 공부할 생각이다. 조금만 늦게 보면 좋을 텐데,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

한편 수정이는 진로선택을 놓고 고민 중이다. 2학년 진학을 앞두고 학교에서 문/이과 선택 설문조사를 했는데, 도대체 자기의 적성이 뭔지 아직 갈피를 못 잡겠다.

“여름방학 전부터 써서 내라고 했는데 결정을 못하겠어요. 진로 탐색같은 기회도 주지 않고, 선생님이 상담도 안했는데 그냥 결정하라니깐. 결국 수학 못하면 문과 선택하는 거 아니겠어요?”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야자와 보충수업을 강제로 해야 하는 현실, 학생들은 ‘대학진학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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