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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녀 교육에 열의없는 부모가 어디있소? 여건이 어려운기지”

등록 2007-07-02 13:32

고령군 농민회 백운필(52세) 회장은 “교육에 대한 부모의 생각은 모두 똑같이 높다”라고 말하며 고령의 여건상 그 높은 교육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고령군 농민회 백운필(52세) 회장은 “교육에 대한 부모의 생각은 모두 똑같이 높다”라고 말하며 고령의 여건상 그 높은 교육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기획특집] [농산어촌탐방] 고령 농민들 인터뷰
고령에 처음 도착해 길을 찾는 도중, 멀리서 “한미 FTA 반대한다”라는 방송이 들려왔다. 알고보니 고령군 농민회에서 준비한 거리 선전전이었다.

지난달 28일 고령읍에 자리 잡은 고령군민주단체협의회에서 이 방송의 주인공인 고령군 농민회 소속 김덕원(48세), 김진희(50세), 백운필(52세) 농민을 만날 수 있었다.

연 평균 가구당 수입 1,000만원, 하지만 일정치 않아

고령에서는 대부분의 40~50대가 자영업을 하고 있으며, 고령읍에는 일부 직장인을 제외하고는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날씨가 뜨거운 탓에 여름 과일들을 재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지역에서 나는 딸기와 수박, 메론은 한국에서 알아주는 과일이다.


집안마다 자녀의 수는 1~2명이지만 이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청소년과 젊은 층의 인구 역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젊은 층이 대구로 나가서 일을 하거나, 대구에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령의 경제적 여건이나 농민들의 삶은 여유롭지 않다. 연 평균 가구당 수입은 1,000만원으로 이도 농사가 잘 되지 않거나 어려울때는 일정치 않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을 위하는 학원, 문제 있다”

고령군 농민회 백운필(52세) 회장

고령이 고향인가?

그렇다. 고령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지금은 화훼농장에서 꽃을 키우고 있다.

현재 자녀는?

1남 1녀고, 다들 20대 중반이다.

고령 청소년의 생활 중에 가장 안타까운 점은?

문화공간이 전혀 없는 점이다. 영화를 보려해도 대구로 가야하고. 놀거리라곤 노래방과 PC방 뿐이다.

고령 청소년들의 특징이 있다면?

대가야라는 역사적 우월감이 있는 듯하다. 청소년들은 모르겠지만 기성세대들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고령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후 대부분 어떤 일을 하는가?

고령학생들은 대부분 기술직으로 진출한다. 대구 쪽 아니면 구미공단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과 함께 자영업을 한다거나 집에서 지내는 실업자들도 꽤 있다.

고령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대가야교육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 역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령군청이 주최가 되어서 교육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10억이라는 큰 예산을 가지고 고령 전체학생에게 쓸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지, 일부 학생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대가야교육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성적이 올랐을지 몰라도 나머지 학생들은 교육에 대한 열의가 저하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령에서 무엇을 우선시해야하나?

개인적으로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두에게 골고로 교육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마지막으로 고령의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나는 50년을 넘게 살면서 명예나 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내가 농민이면 농민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도 자신이 맡은 바에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

자녀 교육에 대한 높은 열의, 하지만 교육시킬 수 없는 현실

또한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의는 높지만 돈이 부족하거나, 학원 등 여건이 부족해 자녀교육에서도 어려움이 크다. 지자체 예산으로 세운 대가야교육원이 있기는 하지만, 일부 상위권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까닭에 고령읍의 대다수 부모들과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고령 농민들은 “일년에 대가야교육원으로 투자되는 돈이 10억인데, 그 돈이 고령 전체의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일부 학생에게 돌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받겠다고 하지만, 부모의 여건상 보내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녀도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시작한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은 실업계에 진학하고,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거나 방학 중에는 대구나, 고령 읍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번다. 일부 학생들은 농사를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는다.

더 농촌 사정이 어려운 이유는 한부모 가정이 많다는 점이다. 농촌의 수입이 어렵다보니 아이와 가족을 버리고 도망을 가는 경우가 많아서 청소년들의 생활 환경이 더 열악해져 가는 것.

그러다보니 고령읍의 경우, 40세대 정도가 베트남이나 중국인들과 국제결혼을 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가정을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이 있어서 남겨진 가족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린다.

밥이 있고, 음식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 그 음식들은 바로 우리 농민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식탁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를 먹여살리는 농민들이 정작 자신들은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가난은 자녀에게 대물림 되고 있다.

이보람 기자 lbr5224@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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