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
안녕하십니까? 인사가 늦었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부모님의 자녀를 가르치게 된 담임 이상대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3학년을 맡게 됐는데, 아직은 낯설고 서먹해서 요즘 43명(많지요?) 학급원들의 얼굴과 특성을 익히느라 코가 쑥 빠져있습니다.
저는 국어 담당이며 교직 경력은 2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경력이 이쯤이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능통할 법도 한데, 왜 이렇게 해가 갈수록 어렵고 힘든지, 밤잠을 설칠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자녀들 때문에 걱정 많으시지요?
학년이 높아질수록 말도 잘 안 듣고, 공부보다는 멋 부리고 핸드폰, 컴퓨터에 온 시간을 다 쏟으며,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버럭 짜증을 내고 꼬박꼬박 말대꾸도 서슴치 않습니다. 사춘기라서 그렇겠지 이해가 되면서도, 막상 얼굴을 대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저 역시 고1 짜리 아들을 ‘받들고’ 있는 터라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디 속 터질 때가 한두 번인가요. 그런 점에서 부모님들과 저는 동지입니다.
저는 담임으로서 ‘관계’의 문제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나이 특성상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 아주 민감합니다. 친구 관계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도 합니다. 친구 문제가 제대로 풀려야 자신감도 생기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공부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 교과 선생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열두 분 각 교과 선생님과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는 관계가 유지될 때, 긍정적인 학습 태도가 길러집니다. 이런 관계가 잘 풀려 각자 ‘존재감 ’을 인정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힘닿는 대로 돕겠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과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고, 꾸짖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여 그런 일이 생기면 속으로만 섭섭한 마음 담아두시지 말고, 연락도 주시고, 더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을 당부 드립니다. 저도 두 달에 한 번씩은 자녀들의 학교 생활 소식을 담아 학부모통신을 띄우겠습니다.
참, 자녀 교육과 관련해 학년 초에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합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라는 책은 우리 학교 아이들이 쓴 이야기를 묶은 책인데, 소설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요즘 아이들의 생활과 생각을 그림 보듯이 볼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는 남녀 아이들의 성차를 바탕으로 어떻게 훈육하고 키울 것인가에 유용한 정보가 많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도 공부해야 합니다. ‘좋은 어른’으로 진화하려는 노력 없이는 아이들 말마따나 ‘잔소리 많은 꼰대’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혹시 아이들 문제로 상의할 일이 생기거나, 학급에 건의사항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 주십시오. 늘 건강하시고, 봄이 만개하는 4월에 다시 편지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3월에 담임 드림.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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