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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올핸 모두 행복해지세요…우리처럼”

등록 2007-12-31 19:40

귀농 1년차인 강경안 정경희씨 부부는 행복한 삶을 찾아 성남시 분당을 떠나 충남 홍성군으로 내려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체스를 받은 큰 아들 건(왼쪽)이는 틈만 나면 강씨에게 체스를 두자고 조른다. 부부는 아이들과 그렇게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귀농 1년차인 강경안 정경희씨 부부는 행복한 삶을 찾아 성남시 분당을 떠나 충남 홍성군으로 내려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체스를 받은 큰 아들 건(왼쪽)이는 틈만 나면 강씨에게 체스를 두자고 조른다. 부부는 아이들과 그렇게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느림과 자유] ‘귀농 1년’ 강경안·정영희 부부
충남 홍성군의 귀농 1년차 강경안(41) 정영희(40)씨 부부. 하루가 멀다하고 다툰다고 했다. 심각한 싸움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양파 모종을 심을 때 곧추세워야 하는지 눕혀야 하는지를 놓고 한판 입씨름을 했다. 결국 같은 두둑에 각자 방식대로 심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성남시 분당에 살 때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늘 같이 지내다 보니 서로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조금 지나면 나아질 겁니다.”

벌이 10분의 1로 줄었지만
들농사·자식농사 더 큰 소득
“하고픈 걸 하고 살아야죠”

분당에서 살 때는 두 사람은 맞벌이를 했다. 한 해 5천여만원을 벌었다. 서로 바빠 이야기는 고사하고 싸울 시간도 없었다. 아이도 남에게 맡겼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지만 살림살이는 빠듯했다. 게다가 큰 아들 건(7)이가 5살때쯤 분리불안 증세를 보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삶을 되돌아봤다. “도시에서의 삶은 둘이 벌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되고 맞벌이를 하면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게 되더라구요.”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살기로 했다. 답은 귀농이었다. 부부는 지난해 홍성군 지정리로 내려왔다. 대만족이다. 자신들보다 일찍 귀농한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로 만족한다고 했다.

지난 1년의 삶은 어땠을까. 돈벌이의 잣대로 보면 두 사람의 삶은 행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도시인들의 눈에는 더욱 그렇다. 부부의 농사 규모는 논 7920㎡(2400평)와 밭 1650㎡(500평). 쌀 36가마니와 20여 종의 채소를 길러 팔았다. 그렇게 한 해 동안 일해서 번 돈은 500여만원. 도지 값을 내고 나면 순수입은 300여만 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부모 곁에서, 자연 속에서 뛰놀며 자라는 건이와 둘째 현(3)이를 보면 농촌으로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교육요? 농촌에 오니 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아요. 대학에 안 가도 괜찮아요. 자신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게 중요하죠.”


두 사람은 작물을 키우는 재미에도 푹 빠져 있다. 논과 밭에서 혼자 일할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했다. 울적할 때 들에 나가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특히 강씨는 시골에 와서 보일러를 놓고 이웃집 전기기구를 고쳐주고 목공을 하면서 자신이 손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무척 기뻤다고 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농산물 판매였다. 생활협동조합에 납품하지 못하는 농산물은 팔 길이 막막했다. 두 사람이 4시간 꼬박 고구마순을 따서 상인에게 넘겼더니 8천 원을 받았다. 정씨는 “다시는 중간상인에게 귀하게 기른 농작물을 넘기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자신들의 농사철학과 홍성에서의 삶을 알리기 위해 ‘조금 느리게’라는 이름의 블로그(blog.naver.com/jyh68819)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친척들은 두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지지하기 시작했다. 분당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 가운데 ‘친구’도 얻었다. 정씨는 “마음으로 통하는 친구를 얻은 게 귀농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몇 번을 말했다.

두 사람은 귀농 2년차인 올해는 소득이 조금 더 늘기를 바란다. 올 겨울에는 한과사업을 하는 정씨 친정에서 기술을 배워 유기농 한과를 만들어 팔려고 한다. 부부는 일에 치이지 않고 삶의 여유를 즐기면서 궁핍하지 않을 정도의 소득 수준을 1천만원 정도로 잡고 있다. 3년 안에 이를 달성하는게 목표다.

“사람들이 자신이 행복해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세상도 좋아지는 거 아니겠어요?”

홍성/글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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