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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자! 보육원·탈북 아이들 ‘희망 샷’ 쏜다

등록 2007-12-24 20:02

할렐루야그린골프단 백성기 단장과 부인 김종숙씨(오른쪽에서 세번째, 네번째)가 지난 19일 타이 전지훈련을 떠나기 앞서 인천공항에서 골프단 아이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할렐루야그린골프단 백성기 단장과 부인 김종숙씨(오른쪽에서 세번째, 네번째)가 지난 19일 타이 전지훈련을 떠나기 앞서 인천공항에서 골프단 아이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느림과 자유] 할렐루야그린골프단 이끄는 백성기 목사
“골프로 성공해 이웃돕겠다”던 죽은 딸의 꿈 대신 실천
엄격한 훈육으로 비뚤어진 아이들 다스리고 자립도와

백성기(52)씨는 목사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직함이 있다. 할렐루야그린골프단 단장이다. 이 골프단은 2000년 보육원생과 탈북청소년의 자립을 돕고자 그가 만들었다.

보육원생, 탈북청소년, 장애인 등으로 이뤄져 있지만 이 골프단은 골프계의 외인구단으로 불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6명의 세미프로를 배출했고 골프 관련 대학에 진학한 아이도 5명이나 된다. 비결은 혹독한 훈련이다. 장비, 연습장, 훈련 비용 등을 모두 후원에 의지하기 때문에 훈련을 게을리할 수가 없다. 해마다 겨울에 열리는 타이 전지훈련은 새벽 4시30분에 시작해 밤 10시가 넘어서 끝이 난다.

“주위에서 보육원생이나 탈북 청소년에게 왜 하필 골프를 시키냐는 말을 많이 합니다. 돈이 적게 드는 야구나 축구도 있지 않으냐는 것이지요.”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육원 아이들은 영양 섭취가 고르지 못해 근골이 약하기 때문에 격한 운동에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골프는 야구나 축구보다 자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들이 박세리나 최경주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골프단에서 3년만 골프를 배우면 골프 관련 일을 하면서 자립할 수 있습니다.”

그는 골프단 아이들이 장래에 적어도 네 가지의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골프장 프로캐디, 골프 산업 종사자, 세미프로나 레슨프로, 투어 골퍼 등이다. 프로캐디만 되어도 한달에 250만원 이상은 너끈히 벌 수 있다고 했다.

골프단을 운영하면서 그의 삶은 골프와 떼려야 뗄 수가 없게 됐다. 하지만 그는 골프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연이 있다.


그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친동생인 가수 민해경씨의 매니저를 할 때였다. 민씨를 따라 골프장을 찾게 된 그는 벌이가 넉넉지 않았지만 나라고 못할 게 무어냐는 오기로 골프를 쳤다. 골프장에서 골프 선수가 되려고 연습하는 학생들을 본 뒤 맏딸 세라에게도 골프를 가르쳤다. 박세리 선수보다 2년 선배인 세라는 당시 중·고 랭킹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 그에게 딸은 희망이자 자랑이었다. 하지만 1992년 세라는 새벽 훈련을 하러 골프장으로 가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국으로 도망쳐도 봤지만 고통은 가시지 않았어요. 다시 하나님을 찾게 됐습니다.”

백 목사는 1978년에 처음으로 하나님을 간절히 찾았었다. 고교를 다니다 말고 집을 나와 인수봉에서 “죽돌이”로 생활하던 그는 암벽 등반을 하다 7명이 얼어죽은 참사의 현장에 있었다. 그 자신 “그 사건의 목격자이자 15명의 목숨을 살린 구조자”였고 “밧줄에 매달려 생사를 넘나든 생존자”였다.

“자일에 매달려 있을 때 몸이 얼어 마비가 되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때 하나님을 불렀어요. 제발 자일 좀 느슨하게 해주세요. 살려주시면 하나님이 시키는 대로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하나님 일을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곧 잊혀졌다. 대신 유명 가수의 매니저로 화려한 세계에 눈이 멀었다. 그때 약속의 기억은 딸 세라의 죽음으로 다시 살아났다. 아내 김종숙씨와 둘째딸 세진이의 도움으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됐다. 인수봉에서 하나님과 한 약속은 그렇게 이행됐다.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지만 이번에는 세라가 골프 연습을 하면서 그에게 하던 말이 생각났다.

“세라는 골프로 성공해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제가 보육원 아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입니다.”

백 목사는 초등학교 시절 2년 동안 머물던 충남 논산의 계룡학사를 찾았다. “사고를 친 뒤 피해 가 있던 곳이었는데 그때 경험이 없었다면 보육원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 25명으로 시작한 골프단 운영은 쉽지 않았다.

재정적인 문제는 후원자들이 늘면서 해결되어 갔지만 아이들의 비뚤어진 마음을 바로잡는 일은 힘이 들었다. 아이들은 그가 눈길만 돌리면 게으름을 피웠고 골프채를 휘두르며 싸우기도 했다. 미국에 연수를 보냈던 아이 둘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쳐 후원자를 힘들게 했다. 그는 그런 아이들을 엄하게 가르쳤다. 특히 거짓말을 하거나 인사를 하지 않을 때는 가차없이 매도 든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제가 몇 달 그렇게 하다 그만둘 줄 알았나 봅니다. 보육원을 오가며 사진찍고 매스컴에 나고는 사라지는 다른 어른들처럼 말입니다.”

아이들은 6개월쯤 지나자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조금씩 바뀌어 갔다.

“세라는 먼저 천국으로 갔지만 제게는 딸 대신 제게서 골프를 배우는 수십 명의 자식 같은 아이들이 생겼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녀석도 있고 후원금이 모자라 힘들 때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신다고 믿으면 늘 행복합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골프채 없어 쇠파이프로 연습했죠”

기업·프로선수 후원으로 운영…아이들 아르바이트 나서기도

백성기 목사가 이끄는 할렐루야그린골프단은 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2000년 골프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아이들은 골프채조차 없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하지만 2000년 매니저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방송사 관계자의 소개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도움을 주겠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후원회도 조직됐다.

처음 훈련 장비 마련을 위해 그가 매니저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부탁해 중고 골프용품을 모았지만 지금은 에이치제이(HJ)장갑, 골프화 제작회사 잔디로, 골프공을 만드는 볼빅과 팬텀, 골프채 제조회사 캘러웨이와 테일러 메이드 등이 용품을 지원한다. 연습에 쓰라고 골프장을 빌려준 곳도 여러 군데다. 해마다 겨울에 타이에서 진행하는 3개월 동안의 전지훈련은 현지 리버콰이 컨트리클럽의 하태성 회장이 도와주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항공료를 최대 70%까지 깎아준다.

프로 골프 선수들도 후원자들이다. 최경주, 김종덕, 박세리 선수는 후원금이나 물품 지원, 레슨 등으로 도움을 줬다. 골프단 감독으로 아이들과 생활하는 권오근 프로골퍼는 가장 든든한 동지다.

그래도 힘들 때가 있다. 백 목사는 “그때마다 신기하게도 도움을 주는 이들이 생겼다”고 했다. 2005년 타이 전지훈련을 앞두고 훈련비용이 많이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를 때 여자 프로골퍼인 이지은 선수가 큰돈을 후원금으로 보내 왔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백 목사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병객들이 치료비에 보태라며 준 돈으로 훈련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후원자들이 많지만 그래도 어려움은 있다. 프로 입문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의 투어 비용 마련은 여전히 버겁다. 1회에 300만원 가까운 돈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미프로가 된 아이들은 대부분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고 있다.

“안타까운 생각도 들지만 투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이 대견합니다. 내년에는 녀석들을 데리고 투어에 참가하는 게 꿈입니다.”

할렐루야그린골프단의 이야기는 올해 〈꿈은 이루어…〉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권복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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