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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 속도’로 잘 먹고 잘 사는 법 여기 있네

등록 2007-12-10 18:57

김병수 팔당올가닉푸드㈜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직원, 그리고 지역 농민들이 7일 유기농 복합 체험관 달팽이숲 개관식이 끝난 뒤 행사장에 모였다.
김병수 팔당올가닉푸드㈜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직원, 그리고 지역 농민들이 7일 유기농 복합 체험관 달팽이숲 개관식이 끝난 뒤 행사장에 모였다.
[느림과 자유] 유기농 복합체험관 팔당 ‘달팽이숲’
농민·소비자 손잡고 유기농 모든 것 경험할 공간 첫 마련
농사 지어보고 요리 만들며 ‘소비자=공동 생산자’ 깨닫게

도시 소비자들이 유기농업과 친환경 가공식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들과 도시 소비자가 함께 출자해 만든 팔당올가닉푸드㈜는 7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 ‘팔당유기농슬로푸드 체험관’을 열었다.

‘달팽이숲’으로 이름지은 이곳은 친환경 유기농업, 친환경 식자재를 활용한 가공식품, 유기농산물을 활용한 음식 만들기 등 유기농업 전반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농 관련 복합체험관이다. 연건평 470평으로 규모도 작지 않다.

이름과 상징물로 쓴 달팽이는 즉석식(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전통성과 지역성을 내걸고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여유식(슬로푸드) 운동에서 따왔다.

그러나 이 체험관의 달팽이는 단순히 느림의 상징만이 아니다. 김병수 대표는 “달팽이가 느리다는 것은 사람 중심적인 생각이며 달팽이는 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며 “사람만이 자기의 속도에 불만을 갖고 더 빨리, 더 많이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런 문제 의식 아래 체험관은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중심으로 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여유식을 매개로 ‘제 속도’를 깨닫도록 하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달팽이집’에서는 매주 화~금요일 나흘 동안 하루 네 시간씩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주말에는 가족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농장·생태 체험은 팔당 주변의 유기농 농장을 방문해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시간이다. 전시체험관에서는 올바른 먹을거리와 유기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게 되고 영상물 등을 통해 재래농업과 성장촉진제나 유전자 조작 콩 등을 사료로 쓰는 주류 축산업의 문제점을 알게 되는 시간도 갖는다. 참가자들이 직접 유기농 식재료를 다듬어 전통 음식, 건강 요리,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 등을 만들어 먹는 조리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 자리한 달팽이숲 전경.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 자리한 달팽이숲 전경.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는 화학비료, 살충제, 성장촉진제, 유전자 조작식품 등 자연의 속도를 위반해 만들어진 먹을거리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기른 유기농산물과 인공첨가물 없이 만든 가공식품의 좋은 점을 깨닫게 된다.

조금 밋밋한 겉모양과 달리 ‘달팽이 숲’ 안은 여느 전시장 못지 않게 잘 꾸며져 있다. 1층에 자리잡은 식품 가공시설은 관람객들이 바깥에서 볼 수 있도록 벽을 유리로 만들었다. 장애인의 ‘속도’에 맞춰 건물 외벽에 장애인 이동 루트를 별도로 만들어 뒀다.

농민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체험관이지만 ‘달팽이 숲’은 문화작품들의 전시장처럼 눈길을 끈다. 슬로의 영어 알파벳인 에스, 엘, 오, 더블유를 활용한 내부 인테리어,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작은 공연장, 달팽이와 애벌레 모양의 한지로 만든 전통 등이 걸린 전시관은 마치 인사동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체험관 개관과 함께 농민들은 슬로푸드문화원과 푸드연구소도 만들었다.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상지대 총장을 비롯 박재일 한살림 회장, 안종운 전 농림부 차관, 김종덕 경남대 교수 등 관련 전문가 20여명이 문화원과 연구소에 참여하고 있다.

‘달팽이집’은 농민들의 출자와 환경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받은 정부 지원금 5억여원을 보태 지어졌다. 체험관은 팔당올가닉푸드㈜가 중심이 된 이 지역 농민들이 구상했고, 이석우 남양주 시장은 지역 농업 회생과 환경 보존이 함께 가능한 방안이라며 체험관 터 마련과 예산 확보 등에 많은 도움을 줬다.

팔당올가닉푸드㈜ 김병수 대표는 “체험관을 찾은 도시 소비자들이 유기농업의 필요성과 의미를 알게 되고 자신들이 유기농업을 지키고 환경과 생명을 보존하는 일에 함께 참여하는 공동 생산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참가비 중학교 이상 성인 3만원. 어린이·가족(1인당)·단체(1인당) 2만5천원. 프로그램 등록 및 접수 (031)576-1771. www.paldangfood.com

남양주/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달팽이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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