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줄기세포 연구, 생명윤리 안맞다” 결론 내놓고 발표 안해
“다른 의견도 있어 그런 것” 해명… 중진 스님들 “황교수 비판 우려” 광고
“다른 의견도 있어 그런 것” 해명… 중진 스님들 “황교수 비판 우려” 광고
조계종 총무원이 총무원 산하 생명윤리위원회에서 2년 동안 연구를 통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불교의 생명윤리관에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고도 이를 발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무원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조작 분과위원인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17일 “연구를 통해 배아는 예비 생명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총무원장 스님의 황 교수 지지 의견 때문에 이를 발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3월 조계종은 생명윤리위원들이 2년간 한 연구 결과를 모아 심포지엄을 열면서 ‘생명조작’ 분야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사형, 안락사, 뇌사·장기이식, 낙태, 생명조작 등 5개 분과로 이뤄진 생명윤리 연구에서 생명조작 분과는 우 교수와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허남결 교수가 맡았다. 우교수는 “세 교수 모두 줄기세포 연구가 불교의 생명윤리에도 맞지 않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줄기세포는 동물의 품종개량용이었기에 동물복제가 인간복제로 이어질 수 있고, 돈 많은 계층이 신체적 조건과 두뇌를 바꿈으로서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며 “이처럼 우생학적인 연구에 정부가 돈을 댄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미산 스님이 정리한 연구 결과물에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인간복제로 이어질 우려와 난자의 수급 문제 등이 담겨 있다. 우 교수는 “내가 황 교수와 같은 과 교수이자 황 교수도 회원인 서울대교수 불자회의 총무이기도 하지만 소신은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생명조작 팀에선 배아를 생명으로 보는 데 의견이 모아졌지만, 생명윤리 전체 연구원 13명 가운데는 다른 의견도 있어 여러 견해가 상존한다는 것을 제시만 하기로 했었다”고 해명했다.
우 교수는 생명윤리 세미나에서도 가톨릭과 개신교가 황 교수 연구에 반대하니까 불교가 도와야 한다는 발상은 소아적 관점이며, 종교 간 대립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불교적으로 자비 복지적 측면이 있느냐 없느냐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현대불교신문>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생명과학과 선>(미토스 펴냄)을 펴낸 우 교수는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에만 집착하고, 개인과 가족만의 생명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늙음과 병, 죽음을 받아들이고, 온갖 다른 생명과도 상생해가는 불교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연구라고 하지만, 이런 연구에 투자되는 연구비의 1%만 사용해도 제3세계에서 빵 한 조각 없이 굶어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생명복제 연구는 희귀병 치료가 시급한 부자 나라의 연구이며, 근본적으로 자본 횡포의 숨겨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불교계는 황 교수의 연구 논문의 문제점이 드러난 이후에도 지관 총무원장과 스님, 불자들의 지지 발언이 이어지는가하면 17일 아침 일간신문에 ‘허물기는 쉬워도 세우기는 어려운 법입니다!(황우석 교수 문제 함께 풀어갑시다)’란 내용으로 황 교수의 비판에 우려를 나타내는 중진 스님들의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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