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2050년 탄소중립 선언
유럽연합·중국·일본 등 120여개 국가 동참
국내 석탄발전 퇴출 속도 빨라질 듯
그린뉴딜 예산 추가 투입·산업계 설득 과제
올해 연말 유엔에 계획서 제출 예정
환경단체 환영 “추가 정책 이어져야”
유럽연합·중국·일본 등 120여개 국가 동참
국내 석탄발전 퇴출 속도 빨라질 듯
그린뉴딜 예산 추가 투입·산업계 설득 과제
올해 연말 유엔에 계획서 제출 예정
환경단체 환영 “추가 정책 이어져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첫 발을 뗀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70여개 국가가 이미 선언한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했다는 의미가 있고, 이 선언으로 문재인 정부가 공언했던 국내 석탄발전 퇴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산업·수송·건물 등 사회 전체의 대변혁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대 여론 설득과 예산 투자로 구체적인 정책과 법제화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은 지난 1년 동안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해 온 시민사회와 국회, 여론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2016년 발효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협정 당사국들은 올해까지 ‘2050년 저탄소발전전략(LEDS·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을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가 발족한 ‘2050년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에서는 지난 2월 2017년 한국 배출량(7억970만t) 기준 2050년까지 최대 75%까지만 감축한다는 초안을 정부에 제출해 비판을 받았다. 탄소중립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내세웠고 지난 9월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정의당 의원을 포함한 252명(전체 258명)의 의원들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담은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수공통감염병과 역대 최장기간 장마를 거치며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의식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이번 선언은 탄소중립 선언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기후목표상향동맹(Climate Ambition Alliance)’에 120개 국가가 참여했고 지난달 23일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지난 26일에는 일본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지난해 9월 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65개 나라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약 7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유럽은 이미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 중이고, 미국에서도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이 2050 탄소 중립과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공약했다.
특히 다음달 3일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2017년 기준)인 한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정부가 연말께 엘이디에스를 제출하면서 탄소중립을 선언할 것으로 어느 정도 예고돼왔다. 지난 20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행동으로 증명하라”고 한 요구에 응답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정부의 선언으로 석탄발전 퇴출 속도가 빨라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다시 한번 선언했다. 2050년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려면 화석연료에 의존한 석탄발전은 더이상 가동이 불가능해진다. 신규 석탄발전소는 산업부가 정한 수명(30년)보다 먼저 가동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 중단·조기 폐쇄 등의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년) 초안을 보면, 2030년께 한국의 제1발전원인 석탄 발전의 비중은 31.4%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보다 높게 설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발전의 순차적 폐지를 약속했지만, 강릉 안인 1·2호기·삼척 1·2호기 등 7기의 석탄발전소는 2021~2024년 가동을 시작하는 등 모순이 지적돼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탄소중립이 되려면 이들 석탄발전소를 그대로 둘 수 없어 큰 틀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탄소중립이라는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과 법제화, 산업계 설득과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엔에 구체적인 감축 계획서(엘이디에스)를 제출한 국가 17개 국가 중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국가는 유럽연합,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핀란드, 코스타리카, 피지, 마셜제도, 슬로바키아 8개 국가에 그쳤다. 이미 제출했던 캐나다나 독일도 기존 목표를 탄소중립으로 상향해 수정할 예정으로 이를 합쳐도 10개 나라에 그친다. 선언은 쉽지만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정책으로 이어나가기가 그만큼 까다롭다는 의미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산업시스템, 토지 이용, 수송과 건물 등을 포함한 도시 기반시설에서의 빠르고 광범위한 변화가 요구되며, “2030년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의 45%까지 줄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문에 구조적 전환을 우려하는 산업계 우려를 설득해야 하고 ‘그린뉴딜’ 정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도 2025년 73조 수준보다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에 세워둔 에너지·전기 기본계획들도 연동해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엘이디에스와 함께 올해 연말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논의도 재점화될 수 있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해두었던 기존 목표(2017년 배출량(7억970만t)보다 24.4% 감축)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논란이 됐다. 이는 아이피시시가 제시했던 기준년도(2010년) 배출량의 45% 감축의 절반도 못미치는 18.3%에 불과하다.
이에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5년마다 목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앞서 못 줄이면 나중에라도 줄이면 된다”고 설명했으나, 환경단체는 “다음 정부로 책임을 돌렸다”며 2030년 이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그 이후에는 더 힘들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날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제출할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인 국가결정기여(NDC)에까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반영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지만 계속 노력하고, 안 될 경우 다음 제출 시기인 2025년 이전에 수정된 엔디시를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문 대통령의 선언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남은 과제를 해결해갈 것을 요구했다. 이현숙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프로그램 국장은 “연말 유엔에 제출 예정인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저탄소발전 전략에 오늘 대통령이 발표한 비전이 반영되고, 탄소중립 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는 로드맵 수립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여개 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30년 뒤의 목표만이 아니라 현재의 행동이 중요하다. 오늘 가야할 길을 걷지 않고서 내일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는 없다. 오늘의 선언이 말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해야할 행동을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2030년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대폭 감축해야 하며, 2050 엘이디에스에는 배출제로가 명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탄소중립을 법으로 정해둔 나라는 스웨덴, 영국, 프랑스, 덴마크, 뉴질랜드, 헝가리 6개이다.
환경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엘이디에스를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안 관련한 국민 비대면 토론회를 거쳤고, 다음달 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가 남아있다.
최우리 김정수 기자 ecowoori@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6월 삼척석탄화력발전소건설반대범시민연대 등 강원 삼척지역 주민들이 청와대 인근 서울 신교동 푸르메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어 삼척 적노동에 계획된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글로벌 기후행동의 날’인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들이 '글로벌 기후 행동의 날' 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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