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말 유엔에 제출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목표인 5억3600만t으로 유지할 전망이다. 기후위기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그린뉴딜을 중장기 정책과제로 내세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받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NDC) 갱신안 주요 내용’ 자료를 보면 “기존 배출전망치(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해당 연도의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목표를 절대량 방식으로 변경 추진”이라고 돼 있다. 2015년 유엔에 제출한 자발적 국가 감축 목표(INDC) ‘2030년 배출전망치(8억5080만t) 대비 37% 감축’ 대신, ‘2017년 배출량(7억910만t)보다 24.4% 감축’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산정 방식만 다를 뿐 둘 다 5억3600만t으로 목표가 같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계획보다 국내 부담을 늘리도록 세부 목표를 수정했지만 전체 감축 목표는 5억3600만t으로 유지했는데, 이번에도 이를 바꾸지 않은 것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5억4300만t과 기간은 10년이나 차이나는 데도 배출량은 700만t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이명박 정부때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은 박 정부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갱신안은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 정부가 5년마다 세워야 하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정부는 올해 말 이를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자료엔 “(구체적인 내용을) 관계부처 협의 중”이라고 적혀 있지만, 감축 목표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 목표도 의욕이 앞섰다는 평가가 경제부처에서 나오고 있고, 목표를 단기간에 또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다음 제출 기한인) 2025년에 그린뉴딜 성과를 반영해 (목표를) 상향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갱신안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는 7억280t으로 10년 동안 1억7천만t을 줄이는 것이 부담이라는 의미다.
다만 정부는 올해 말 NDC와 함께 제출 예정인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는 ‘탄소중립’(온실가스 제거량과 배출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일명 넷제로)선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세계의 공장’ 중국이 2060년 넷제로를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단기(2030년) 목표를 장기(2050년) 목표에 맞게 강화해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다음 정부로 책임을 돌렸다고 비판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국외 연구자들은 한국의 탄소예산(파국 이전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 총량)이 2030년 안에 고갈된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감축 계획을 2025년으로 미룬 것은 그만큼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와 국제사회의 요구에 정부가 눈을 감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국회는 ‘2030년 목표를 국제사회 요구에 부합하게 상향 조정’하라는 문구를 담은 기후위기 비상대응 결의안을 채택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30년까지 전세계가 2010년 대비 45%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파국적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는데 5억3600만t은 18.5%를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양이원영 의원은 “국정 후반기 그린뉴딜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지난 정부의 목표에서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린뉴딜 정책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것”이라며 “감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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