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6일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한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천리안위성 영상.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 제공
태풍과 허리케인 등 열대성저기압은 가장 큰 피해를 낳는 자연재해로 꼽힌다. 세계 30여개국에서 활동중인 영국의 자선단체 크리스천에이드가
2018년 집계한 결과를 보면, 그해 미국 허리케인 ‘플로렌스’(170억달러)와 ‘마이클’(150억달러)의 피해가 가장 컸다. 이 단체의 지난해 자연재해 피해 집계에서도 미국 루이지애나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의 피해액이 650억달러로 1위로 기록됐다.
지구온난화 진행에 따라 열대성저기압이 어떻게 변할지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에 필수불가결한 작업이다. 하지만 열대성저기압을 인공위성으로 관측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0∼50년밖에 안 된다. 1970년대 이전의 열대성저기압 관측과 기록은 비행기와 선박 관찰에 의존해 자료가 빈약할 수밖에 없다.
오스트레일리아 페더레이션대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한 논문에서 “1850년부터 2012년까지 기간의 열대성저기압 빈도를 구하기 위해 ‘재분석’ 방법으로 분석해보니, 20세기 이전 기간(1850∼1900년)에 비해 20세기에 세계의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가 13% 가량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산업화 이전 연간 100개 이상 발생하던 열대성저기압이 20세기 들어 감소하기 시작해 연간 80개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가 가속화한 1950년 이후에는 열대성저기압 빈도가 급격히 줄어 23%나 감소했다.(DOI :
10.1038/s41558-022-01388-4)
세계 열대성저기압 빈도 추이. 1850∼1900년에 연간 100개가 넘던 발생 수가 최근에는 8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네이처 기후변화’ 제공
‘재분석’은 기상학에서 수치예보시스템으로 과거 일정 기간의 날씨를 재현해 다시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지난 세기에 비교적 잘 관측된 해수면 기상 자료에 기초해 열대성저기압의 장기 기록을 재구성했다. 열대성저기압 감소 정도는 발생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북태평양 서부에서는 20세기 이전에 비해 20세기∼21세기 초반까지 9% 정도 감소한 반면 북태평양 동부에서는 18%가 감소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7개 구역 가운데 유일하게 북대서양은 지난 세기에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최근 수십년 동안에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논문 제1저자인 새빈 챈드 페더레이션대 혁신·과학·지속가능성연구소 연구원은 “대서양수십년진동(AMO) 등 자연 변동성이 첫번째 원인이고 1970년대 미국 대기청정법의 통과로 에어로졸 오염 수준이 크게 낮아져 국지적 온난화가 더욱 심화된 것도 한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열대성저기압 발생 지역을 7개 구역으로 나눠 빈도 추이를 분석했다. 다른 곳들에서는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북대서양에서는 최근 몇 십년 사이 증가 경향을 보였다. ‘네이처 기후변화’ 제공
열대성저기압은 주로 북반구에서 발생한다. 연구팀 분석 결과 20세기 이전에 연간 75개 정도 발생하던 북반구 열대성저기압은 20세기부터 2012년까지는 연간 60개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열대성저기압의 감소 추세에는 ‘해들리순환’과 ‘워커순환’이라는 두 주요한 대기 순환의 구실이 크다고 진단했다. 해들리순환은 적도 지표에서 가열된 고온다습한 공기가 상승해 극쪽으로 이동하면서 열을 잃고 차가워진 뒤 아열대지역에서 하강해 다시 지표면을 따라 적도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워커순환은 태평양 적도 부근의 열대 해양에서 동태평양 해수면 위 → 서태평양 해수면 위 → 서태평양 상공 → 동태평양 상공 → 동태평양 해수면 위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워커순환과 연결돼 있다. 연구팀은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해들리순환과 워커순환이 약해져 여러 고도층에서 공기가 덜 섞이고 대기가 건조해져 열대성저기압 형성에 악조건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챈드는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가 적더라도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가 더 따뜻하고 습해지면 열대성저기압이 더 높은 강도에 도달하는 비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2019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논문에서 1900~2018년 허리케인의 재산 손실을 피해 면적으로 환산해 비교한 결과 대형 피해를 일으키는 허리케인의 빈도가 100년 사이 330%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등 국제공동연구팀도 지난 4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에서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이번 세기 중반까지 기후변화로 강한 열대성저기압 발생 빈도가 2배 이상 높아지고, 열대성저기압의 최대 풍속을 20% 가량 증가시켜 세계에서 더 많은 지역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도 2020년 12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로 늘어나면 약한 상륙 태풍은 감소하는 반면 3등급 이상의 강한 상륙 태풍이 50%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