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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국, 2050년까지 초강력 태풍 영향 인구 10배 증가”…세계 4번째

등록 2022-05-02 17:25수정 2022-05-03 17:31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1980∼2017년과 비교해 2015∼2050년까지
국제연구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서 예측
2050년까지 3등급 이상 열대성저기압 발생 2배
기후변화로 최대 풍속 20% 증가할 것으로 분석
2020년 9월6일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한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천리안위성 영상. 기상청 제공
2020년 9월6일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한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천리안위성 영상. 기상청 제공

“전 세계에서 강한 열대성저기압(3∼5등급) 발생 비율이 과거 40년 동안 증가했고, 북태평양 서쪽 해상 열대성저기압의 세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위도가 북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1실무그룹(WG1) 6차 보고서(과학적 근거)에 태풍·허리케인 등 열대성저기압의 변화에 대한 기술이다. 3∼5등급은 열대성저기압 풍속을 기준으로 분류한 새피어-심슨 규모를 말한다. 보고서는 또 “지구온난화 심화에 따라 강력한 열대성저기압(4∼5등급)의 비율과 가장 강한 열대성저기압의 최대 풍속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신뢰도가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적 변화로 열대성저기압 및 온대성 폭풍이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두고서는 연구가 덜 돼 ‘신뢰도가 중간’이라고 평가했다.

아이피시시가 제기한 이런 열대성저기압의 지역적 변화에 대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최근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이번 세기 중반까지 기후변화로 강한 열대성저기압 발생 빈도가 2배 이상 높아질 것”이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또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는 열대성저기압의 최대 풍속을 20% 가량 증가시켜 세계에서 더 많은 지역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DOI : 10.1126/sciadv.abm8438)

인구 3800만명인 일본 도쿄의 경우 현재(1980∼2017년) 연간 열대성저기압 영향 확률이 4.6%이지만 기후변화로 이번 세기 중반까지는 확률이 13.9%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인구 3800만명인 일본 도쿄의 경우 현재(1980∼2017년) 연간 열대성저기압 영향 확률이 4.6%이지만 기후변화로 이번 세기 중반까지는 확률이 13.9%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논문 제1저자인 나디아 블뢰멘달 암스테르담자유대 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여러 기후변화 조건이 지역 규모에서 열대성저기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합의된 점이 부족해, 열대성저기압에 대한 위험 평가를 어렵게 하고 완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열대성저기압은 한 해 80∼100개 정도 발생하지만 대부분 상륙하지 않는다. 열대성저기압에 대한 정밀한 역사 기록도 거의 없다. 이런 사실은 강력한 열대성저기압이 어디에서 발생하고 대비하기 위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연구팀은 과거 열대성저기압 자료와 지구기후모델을 결합해 수만개의 ‘합성(모사) 열대성저기압’을 만들었다. 또 ‘합성열대성저기압생성모델’(STORM)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최대 1000년 재현주기(1000년에 한번 닥치는 확률)까지 10㎞ 해상도로 전 세계 풍속 지도를 작성했다.

분석 결과 3등급 이상의 강한 열대성저기압의 빈도가 현재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역을 포함해 전 지구적으로 증가하며, 특히 홍콩과 남태평양에서 높은 등급의 열대성저기압 확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약한 열대성저기압이나 열대성 폭풍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인도 벵골만과 멕시코만에서는 강한 열대성저기압 빈도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로 늘어나면 3등급 이상의 상륙 태풍이 50%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의 연구 내용과 일치한다.

상대적 변화는 현재 상태와 미래 예측을 상대적인 비율로 평가한 변화로, 현재와 미래의 단순 수치를 빼 계산한 절대적 평가와 차이가 난다. 과거 태풍의 영향을 덜 받았던 지역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상대적 변화 값이 훨씬 크게 나온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상대적 변화는 현재 상태와 미래 예측을 상대적인 비율로 평가한 변화로, 현재와 미래의 단순 수치를 빼 계산한 절대적 평가와 차이가 난다. 과거 태풍의 영향을 덜 받았던 지역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상대적 변화 값이 훨씬 크게 나온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호주 3등급 노출 인구 9375% 증가 예측

이번 연구 결과는 2년 전 태풍 강도 분류에 ‘초강력’ 등급을 신설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기상청은 2020년 5월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태풍 가운데 ‘매우 강’(최대 풍속 초속 44m 이상) 빈도가 절반을 차지해 최대 풍속 초속 54m 이상인 ‘초강력’ 등급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초강력 태풍은 새피어-심슨 분류법에서 3등급(최대 풍속 초속 50∼58m)에 해당한다.

국제공동연구팀의 강한 열대성저기압 발생 빈도 증가에 따른 영향 인구 변화 예측에서, 우리나라는 3등급 이상의 열대성저기압 영향을 받은 인구가 기준연도 1980∼2017년과 비교해 2015∼2050년까지 상대적으로 93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절대적인 영향 인구는 연인원 총 59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상대적인 변화로는 세계 4위에 해당한다.

100년 재현주기의 1등급 태풍 영향 변화가 가장 큰 국가는 캄보디아로 1만2550%나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준연도에는 해안선에 인접한 작은 마을들에서 모두 4만명 정도가 1등급 풍속 영향을 받은 반면 기후변화 아래서는 수도 프놈펜(노출 인구 100만명)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500년 재현주기의 3등급 열대성저기압 영향 인구 변화는 호주가 가장 커 9375%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오늘날 열대성저기압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캄보디아, 라오스, 모잠비크, 솔로몬섬과 통가 등 태평양제도 국가들이 미래에 늘어나는 위험에 맞닥뜨릴 것이다. 열대저기압에 노출되는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 곳은 아시아로, 중국, 일본, 한국, 베트남 등에서 수천만명이 강한 열대성저기압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이 분석한 100년 및 500년 재현주기 열대성저기압의 노출 인구 10위권 국가 가운데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이다. 논문 공동저자인 아이반 헤이그 영국 사우스햄튼대 교수는 “연구 결과가 열대성저기압을 겪어보지 않은 일부 지역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열대성저기압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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