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늘어나면 3등급(1분 평균 풍속 초속 50∼58m) 이상 초강력 태풍이 50%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2002년 8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최대풍속 초속 43.7m) 위성영상. 기상청 제공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로 늘어나면 3등급 이상의 상륙 태풍이 50%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3등급 태풍은 우리나라 기상청 태풍 강도 등급의 초강력 태풍에 해당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16일 “산하 기후물리연구단의 악셀 팀머만 단장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를 모사(시뮬레이션)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로 늘어나면 약한 상륙 태풍은 감소하는 반면 3등급 이상의 강한 상륙 태풍이 50%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이날(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연구팀은 기존 기후모형 모사 연구들의 격자 간격이 100㎞ 이상으로 커 해상도가 낮고 불확실성이 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기와 해양을 각각 25㎞와 10㎞의 작은 규모로 나눠 해상도를 높였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또는 4배 증가하면 3등급 이상 태풍(TC3+)이 1.5배로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 강수량도 크게 늘어난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연구팀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열대저기압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 기후 수준, 현재 기후의 2배, 4배로 증가시켜 시뮬레이션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이 지난해 4월 도입한 슈퍼컴퓨터 알프레로 13개월 동안 실행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로 증가하면 1∼2등급 태풍들은 각각 7%, 24% 줄어드는 반면 3등급 이상 강한 태풍은 150%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4배로 늘어나면 1∼2등급 태풍은 조금 더 줄어들지만 3등급 이상 태풍은 2배 농도 때와 마찬가지로 1.5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모의됐다.
연구팀은 태풍 등급을 ‘새피어-심슨’ 분류법에 따라 분석했다. 이 분류법에서 3등급은 1분 평균 풍속이 초속 50∼58m인 태풍을 말한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태풍 강도 분류로는 초강력 태풍(10분 평균 풍속 초속 54m 이상) 정도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하면 적도와 아열대 지역에서 대기 상층이 하층보다 더 빠르게 가열돼 기존에 존재하던 대규모 상승 기류(해들리 순환)를 약화시켜 열대저기압의 발생 빈도는 줄어든다”며 “반면 대기중 수증기와 에너지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태풍이 한 번 발생하면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 100년 동안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367ppm)를 현재 기준으로 삼고 2배(734ppm)와 4배(1468ppm)로 증가한 경우를 실험했다. 1750년 산업화 이전 농도가 278ppm인 것을 고려하고,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됐을 때’(대표농도경로 RCP4.5) 21세기 말의 농도가 540ppm이 될 것으로 가정하면, 지금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하더라도 21세기 말에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3등급 이상 태풍이 50%가량 늘어날 조건이 되는 셈이다.
또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평균농도가 410.5ppm인 점을 고려하고, ‘저감 없이 온실가스가 현재 추세로 배출되는 경우’(대표농도경로 RCP8.5) 21세기말의 농도가 940ppm이 될 것으로 가정하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21세기 말에는 현재와 비교해 3등급 이상 태풍이 50%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또 열대저기압이 몰고오는 강수량은 계속 증가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하면 태풍발 강수량이 7∼21% 증가하고, 4배 증가하면 17∼47%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아열대 지역에서는 4배 증가 때 강수량이 최대 35.4%까지 증가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은 “미래 열대저기압 상륙에 의한 해안지대의 극한 홍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순선 연구위원은 “모사연구 결과가 최근 30년 동안 기후 관측 자료 추세와 상당히 유사해, 지구온난화가 이미 현재 기후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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