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임진각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4일 오후 안개에 휩싸인 북쪽 방향을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파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류길재 통일 “단정 어렵다” 김관진 국방 “정보 더 필요”
전날 국정원 ‘졸속 발표’ 뒷수습…국민 혼란만 부추겨
전날 국정원 ‘졸속 발표’ 뒷수습…국민 혼란만 부추겨
4일 정부는 전날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장성택 실각 가능성’에 대해 하루 만에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은 아직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실각이 아니라 실각 가능성이 높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날 국정원의 갑작스런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이후 장 부장의 실각 가능성이 기정사실이 돼가는 데 대해 대북정책 책임자로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더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김 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완전한 실각 여부는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발을 뺐다. 장성택 실각은 아직까지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의 실제 대응도 북한의 2인자 실각 가능성에 따른 엄중함이나 긴박감을 주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우려할 만한 안보 사안이 생길 때 통상 소집하는 외교안보장관회의도 열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장성택 실각설과 관련해서 합참이 정보감시 및 작전 대비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군 전체로 보면 대비태세가 약간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 달리, 군도 공식 경계태세인 ‘진돗개’를 발령하지 않았다. 그만큼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아무런 발언이나 지시가 없었다. 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장성택 실각설에 대해 박 대통령과 관련된 어떤 것도 언급할 게 없다. 다만 안보 관련 부처에서는 여러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움직임은 전날 국정원의 ‘뜨거웠던’ 보고와 크게 비교된다. 국정원의 전례없는 졸속 공개에 대해 통일부와 국방부 등 대북 관련 부처들이 뒤늦게 수습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3일 이뤄진 국정원의 보고는 방식이나 절차, 내용 등에서 정보기관답지 않은 어설픈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폭발력이 큰 대북 정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충분한 확인 없이 공개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보기관 스스로 대북 정보의 신뢰도를 낮췄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대체로 대북 정보는 여러 가지 첩보들을 수집한 뒤 충분한 확인과 판단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신뢰할 만한 정보가 된다. 특히 북한처럼 불투명한 사회의 경우, 첩보 확인을 위해 맥락과 배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컨대 장 부장이 실각했다는 첩보가 있다면 그 실각의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정보와 첩보들이 있어야 정보로서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통일부 출신의 한 인사는 “국정원처럼 권위 있는 정보기관에서 정보를 다룰 때는 정보의 맥락과 이유 등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의 장성택 실각 가능성 보고에는 그런 설명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또 “국정원의 국회 보고는 사실상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이번 일은 정보기관이 사실상 스스로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이렇게 정보기관이 직접 나서서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다른 나라에서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하어영 최현준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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