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최종확인 안된 정보를
개혁특위 시점에 발표 강행
통일부는 대북 주무부처 불구
구체답변 않고 소극적 태도 일관
개혁특위 시점에 발표 강행
통일부는 대북 주무부처 불구
구체답변 않고 소극적 태도 일관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 가능성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의 상반된 행보가 눈에 띈다. 대북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적극 공개했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4일 “북한 지배 체제의 변화와 관련된 주요 정보를 최종 확인하지도 않은 채, 국정원이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을 통해 ‘장성택의 실각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발표한 것은 정상적 절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보의 신뢰도나 공개 시점과 관련한 지적도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정보에는 사실 확인과 스토리, 이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공신력이 생명인 국정원이 어제 발표한 내용은 도저히 신뢰도가 높은 정보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특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정도의 정보를, 국회가 국정원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논의하는 당일 오후에 갑자기 발표했다는 점에서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통일부는 국정원이 발표한 뒤에도 “최종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 얘기하기 곤란하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민감한 질문들에 대해 대부분 확인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외통위 위원들은 “전날 발표된 국정원의 정보 이상의 내용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북 관련 부처인 통일부와 국정원이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외통위 보고에서 일부 의원은 “통일부가 국정원과 북한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기는 하느냐”고 비난성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북한 정보를 활용해야 할 통일부에 국정원이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지 못하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통일부는 이번 ‘장성택 실각 가능성’과 관련한 정보도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이 이번 사안에 대해 통일부에 사전 통지하고 공동 대응책을 만들었어야 했다. 국정원이 아닌 통일부가 움직이는 게 모양새가 좋았다. 통일부와 국정원이 업무 협력이 안 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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