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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계획된 테러’… 왜 야당대표 노렸나

등록 2006-05-21 19:02수정 2006-05-22 02:04

박근혜대표 피습, 주변 “한나라당에 억울한 옥살이 호소해도 도움 못받아”

주변선 “한나라당에 여러차례 진정”
작년 사학법때도 폭력 ‘반감’ 큰 듯
공범·배후세력 여부 등 의문점 남아

지방선거 유세에 나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박 대표의 얼굴에 문구용 칼을 휘두른 범인 지아무개(50)씨는 왜 박 대표를 공격했을까? 배후는 없는가? 이번 사건 이후 제기되는 의문점들이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수사본부장을 맡은 한진호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1일 중간수사 발표에서 지씨가 “민주주의가 희석됐다”며 “아무 잘못 없이 15년의 수형생활을 했지만, 억울함을 관계기관에 진정해도 도움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 때문에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했다. 수사 관계자들도 지씨가 범행 동기에 대해 입을 잘 열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진술로 미뤄볼 때 정치 지도층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씨는 특수공무 집행방해, 방화미수, 재물손괴, 상해, 폭력 등의 죄목으로 모두 14년4개월을 감방에서 보냈다. 또 지씨는 인천 남구의 성매매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최근에도 이 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으며, 치매에 걸린 홀어머니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씨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왜 여당이 아닌 야당 대표에게 표출한 것일까? 지씨의 주변 사람들은 “지씨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시절 자신이 억울하게 오래도록 옥살이를 한다며 한나라당에 진정서를 보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씨는 지난해 12월, 이번 사건과 같은 장소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당시 사학법 개정 반대 거리홍보를 하던 한나라당 당직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씨의 ‘기대’가 ‘증오’나 ‘반감’으로 돌변했을 가능성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씨의 범행은 우발적이 아니라 미리 계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오전부터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오후에 있을 유세 일정을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어 범행에 사용한 문구용 칼까지 미리 구입했다. 지씨는 저녁 7시20분께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악수를 하려는 척 인파를 뚫고 연단에 접근한 뒤 오 후보 지지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르던 박 대표의 얼굴을 준비한 문구용 칼로 그어 11㎝ 가량의 상처를 입혔다.


이런 계획적 범행은 공범이나 배후세력 존재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경찰은 피습 사건 당시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다 붙잡힌 박아무개(52)씨의 경우 2004년 3월부터 매달 2천원씩 열린우리당 당비를 내온 기간당원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사건 당시 혈중 알콜농도가 0.137%로 만취 상태였으며, 지씨와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한나라당 유세 현장 근처에서 학교 동창 30여명과 술을 마시다 나와 술김에 소리를 질렀다며 지씨의 ‘테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사안의 성격상 섣불리 배후 존재 유무를 단정짓지 않고 있다. 지씨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엿보임에도, 검찰과 경찰은 긴장을 풀지 못한 채 범행 동기와 배후 여부에 수사를 집중하며 매우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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