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5대가 지난 26일 서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서울과 경기도 일대 상공을 돌아다녔는데도, 군이 격추에 실패하는 등 대응 태세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군의 대비 태세와 훈련 부족을 질타했고,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대국민 사과를 하며 무인기 대응 전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전날 발생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해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 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 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준 사건”이라며 “그 사건을 계기로 해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된 ‘드론 국방예산’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런 군용 무인기 도발에 대한 내년도 대응 전력 예산이 국회에서 50%나 삭감이 됐다”며 “새해 국회를 다시 설득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으시도록 예산과 전력을 확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적의 무인기가 서울 중심까지 아무 제재 없이 날아온 것 자체가 너무 충격”이라며 “과거 이런 침범이 있었음에도 왜 그때부터 대비하지 못했는지 철저히 검열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정부 당국은 무엇을 했나”라며 “이번 사건에서 우리 정부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안보 무능’을 노출했다”고 비판했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전 정의당 의원)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한의 대비 태세에 허점이 무수히 많다는 걸 북에 알려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인기를 잡기 위해 공군기까지 출격시켜놓고도 격추에 실패한 것을 두고 “파리 한마리를 망치로 잡으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합참은 이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어제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하였고, 우리 군은 이를 탐지 추적하였으나, 격추시키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적 무인기의 도발에 대비하여 각급 부대별 탐지·타격 자산 운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탐지자산은 초기부터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적극 운용하며 타격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고 했다. 합참은 윤 대통령의 ‘드론부대 설치’ 발언과 관련해 “기존의 드론봇 전투단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적·작전적 수준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추세, 전쟁 양상 등을 반영하여 창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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