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기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올해 5월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첫 2주 동안 적극적인 ‘경제 활성화’ 행보를 보였다. 첫 수석비서관 회의와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강조했고, 첫 현장 일정은 서울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경제회의로 잡았다. 지난 주말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경제안보’를 내세웠고 지난 25일 중소기업인대회도 대통령실 경내에서 개최했다. 윤 대통령의 ‘경제 활성화’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띈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취임식에 참석한 데 이어 보름 동안 윤 대통령을 공식 석상에서 무려 5차례 만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취임식, 저녁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만찬에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에스케이(SK)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엘지(LG) 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경제 5단체장도 모두 얼굴을 비쳤다.
지난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으면서, 이 부회장과 윤 대통령은 다시 만났다. 당시 이 부회장은 행사 호스트로서, 한·미 정상의 공동연설에 앞서 두 나라 대통령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하루 지난 21일 저녁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 환영 만찬에도 갔고, 25일에는 대통령실 앞마당(옛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손도장’을 찍었다.
지난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는 취임 뒤 거듭해서 민간주도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4일 삼성과 현대차, 롯데, 한화가 일제히 대규모 국내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에 대한 화답 성격이다. “정부는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인수위 국정비전)는 친기업 기조 속에서 삼성그룹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경제 활성화’ 일정에 이 부회장이 빠짐없이 얼굴을 내보이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취임식에서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해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임기 초기 윤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밀착 행보’가 거듭 부각되면서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 문제와 연결 짓는 해석도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까지 됐던 이 부회장과 수사를 주도한 윤 대통령은 원래 악연이었지만, 이제 ‘친기업 기조’로 경제 띄우기가 절실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삼성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복권이 시급한 일이다. 국정농단 뇌물죄가 확정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2020년 8월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형기가 만료됐지만 5년 간 취업 제한 규정은 여전히 살아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재계를 중심으로 이 부회장을 복권해달라는 청원이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정치권에서부터 이 부회장 ‘사면복권론’이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평가하면서 “이 부회장이 평택 삼성 반도체 단지를 방문한 윤석열·바이든 두 분 대통령을 안내하는 모습을 참 보기 딱할 정도로 안쓰럽게 느껴진 것은 아직 사면·복권이 되지 않아 피고인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라며 “윤석열 새 정부가 이번 지방 선거 후 대화합의 결단을 해 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 드린다”고 적었다. 재계에서도 올해 광복절 때 이 부회장이 복권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환영 만찬’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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