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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에서 정의선까지…두둑이 챙긴 바이든의 ‘비즈니스 트립’

등록 2022-05-23 17:10수정 2022-05-24 02:44

정상회담 빼곤 기업 행보
삼성 반도체공장 시작, 현대차 투자로 마무리
수행단에 상무부장관·기업대표 ‘세일즈 외교’
수조원 투자받고 선물은 어음 “파트너십 증진”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으로 시작해 정의선으로 끝났다.’

재계에선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바이든의 비즈니스 트립’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수행단의 일정이 정상회담을 제외하곤 대부분 ‘기업 행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고, 이튿날 공식 환영만찬 자리에는 10대 그룹 총수와 6개 경제단체장들이 총출동했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만남이었다. 애초 삼성과 마찬가지로 현대차 사업장 방문을 계획했으나 시간 제약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정상들이 외국을 방문하면 대학을 찾아 강연하거나 주요 문화재 등을 관람하는데 그런 일정은 없었다. 공식 수행단으로 온 이들 역시 상무부 장관과 기업 대표들로, 국내 기업인들과의 미팅 스케줄이 대부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적극적인 비즈니스 행보로 적잖은 ‘선물’을 챙겼다. 국내 기업인들이 참석한 공식 행사 연설 때마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의 대미 투자를 빠짐없이 강조했다. 방한 기간에 미 조지아주에서 현대차 전기차 공장 착공식을 여는 한편, 로보틱스 등의 기술에 50억달러(6조원)가량의 추가 투자 약속도 받아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았을 때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 외에 배터리 분야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정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정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미국이 한국 쪽에 내놓은 선물은 별로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면 “양질의 노동력과 인프라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나라와 차별없는 인센티브와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방한에 동행한 퀄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 거대 반도체 기업들 역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구체적인 투자나 발주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미국이 내놓은 공식적인 투자 계획은 넷플릭스 자회사의 6년간 1200억원(1억달러) 투자와 바이오의약품 부품회사의 투자 양해각서가 전부다.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 보따리에 대한 반대급부로는 너무 빈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이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과 투자를 바라는 첨단·신흥 기술 분야에서는 구체성 없는 립서비스가 반복됐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인공지능·양자기술·바이오 등 핵심‧신흥 기술 부문에서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연구개발을 촉진해 파트너십을 증진한다”고 합의했다. 지난해 열린 워싱턴 정상회담 때 “청정에너지·인공지능·양자기술·바이오 등 신흥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에서 진전된 게 별로 없다.

정부는 한-미간 기존 국장급 ‘산업협력대화’를 장관급으로 격상한 것을 경제협력 강화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산업협력대화에서 두 나라가 공급망과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 의제들을 구체적으로 진전시킬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국이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 협력보다는 공급망 재편과 수출 통제 등 미국 쪽 의제를 일방적으로 조율·관리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명확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실리를 챙겼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위상이 많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취업제한 논란에서 벗어났고, 정의선 회장은 정상급 대우를 받으면서 위상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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