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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같은 외교 행사를 보면 되게 막연한 느낌부터 들어. 양국 고위직들이 만나서 악수하고 비싼 밥 먹고 ‘우리 두 나라가 친하다는 거 확인했고, 앞으로 더 잘 지내기로 했어’ 이 정도 이야기하는 거 같이 보이잖아. ‘IPEF’니 ‘CPTPP’니 ‘쿼드’니 ‘오커스’니, 그게 그거 같은 협정이나 기구 이름들도 진입 장벽이고. 그래서 이런 국제·외교 분야 기사에는 눈길이 잘 안 가는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을 주제로 휘클리를 준비하면서, 이게 그냥 남의 일처럼 무관심해선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지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열강의 사이에 끼어 있단 사실은 변하지 않았잖아. 이 나라들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느냐가 우리나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지. 그래서 투표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우리는 정부가 외교를 잘하는지도 잘 지켜보고 평가해야 하는 거지.
✔️이것은 정상회담인가 비즈니스 트립인가
지난 20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방문지는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어. 윤석열 대통령도 공장 정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났고. 이날 안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았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 쪽엔 사실상
‘비즈니스 트립’에 가깝다는 인상을 줬어. 2박3일 중 주요 일정이 ‘삼성전자(20일)-정상회담(21일)-현대차그룹(22일)’이었거든. 이재용으로 시작해 정의선으로 끝난 거지.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이 선거에서 불리한 상황이야.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을
자신의 일자리 확보 성과를 알릴 목적으로 활용한 면이 있어.
✔️미국과 가까워지고, 북·중과는 멀어진다
자, 그럼 본론이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공동선언문 전체는 A4 용지 5~6장 분량으로 꽤 길지만, 요약하면 간단해: 한국과 미국이 경제와 군사 차원에서 더 가까워지겠다는 거지. 반대편에 있는 중국에 대해선 견제하는 쪽으로 더 기울고, 북한에 대해선 대화보단 압박을 하겠다는 것이고.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경제안보’였어. 두 나라 정상은 반도체·전기차 등의 첨단 기술 동맹을 강화해 이들의 공급망을 미국이 주도하는 형태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했어. 이를 위한 틀로 이번에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아이페프)를 만들었지. IPEF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공급망, 청정에너지 같은 새로운 통상 의제에 대해서 회원국 간 포괄적으로 경제 협력을 추구하는 구상이야. 참여국은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타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13개국으로 정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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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에 맞서 공군은 지난 24일 전투기 F-15K 30여대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이 훈련은 전투기가 기체에 최대무장을 달고 밀집대형으로 이륙 직전까지 활주로를 달리는 위력 시위다. 합동참모본부
(중략)
이쯤되면 한-미 정상회담의 손익계산이 기업들 투자액수만 더하고 빼선 나올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돼. 중국이 분명 가만 있진 않을테고. 정신 바짝 차려야할 때가 온 거야. 10년 이상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며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논설위원을 거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취재한 권혁철 요원에게 물어봤어.
휘클리: 중국을 견제하는 IPEF에 참여해서, 중국 쪽 보복이 있지 않을까 걱정인데. 실제로 보복을 할까?
혁철 요원: 미래를 보는 건 점술가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진보 진영서도 IPEF 참여 자체는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어. 중국의 반응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IPEF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고 봐. IPEF 참여국 중엔 일본처럼 미국의 행동대장으로 행세하는 나라도 있고, 인도처럼 적극적이지 않은 나라도 있어. 단일대오가 아닌 거지. 우리가 일본처럼 앞에 나서서 중국과 대립하면, 미운털이 박힐 수 있어. 중국도 13개 회원국 모두와 싸울 순 없으니 ‘한 놈만 조진다’는 생각으로 집중적으로 보복할 수 있잖아. 눈치 봐서 중간 정도만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휘클리: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서 “굴종외교”라며 실패로 규정했는데, 이 평가를 어떻게 봐.
혁철 요원: 문재인 정부가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있지. 그런데 남쪽이 객관적으로 북한에 굴종할 이유가 없잖아. 선거 때야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해도, 대통령이 돼서까지 그럴 건 아니지. 남북 관계 문제는 우리가 북에 비해 잃을 게 많아서 발생하는 거야. 북한은 잃을 게 없으니까 막무가내잖아. 가진 게 많은 쪽이 국밥도 사먹이고, 소주도 사주며 달래야지. 냉정하게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우리한테 전적으로 있는 건데, 그걸 굴종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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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