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 시점
대통령실이 청년층 관심도가 높은 유튜브 ‘쇼츠’(1분 안팎 짧은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여론과 동떨어진 한-일 관계 해법, ‘주 69시간제’ 논란 등으로 젊은 지지층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자, 접점을 늘려 엠제트(MZ) 세대 지지율 반등을 꾀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30 세대 지지율은 지난해 7월 이후 20% 박스권에 갇힌 장기 답보상태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쇼츠 콘텐츠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답변(도어스테핑)으로 채워졌다. 그러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하기에 앞서 윤 대통령이 스무번 넘게 공을 던지며 연습하는 모습을, 지난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투자 협약식을 찾은 윤 대통령이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후일담’ 형식으로 쇼츠에 담아 공개했다. 공식 브리핑 자료에는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한겨레>에 “행사나 정책을 쉽게 설명하고 젊은층 접점을 늘리기 위해 ‘비(B)컷’을 활용하고 있다”며 “쇼츠마다 유입자 성별과 나이가 빅데이터로 나오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서 대통령 행보나 정책별 표적화를 하는 데도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해군 특수전전단(UDT)을 방문해 총기를 다루는 모습이다. 지난달 14일에 게시돼 9일 현재까지 83만회 재생됐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공연을 보며 ‘앙코르’를 외치는 장면도 조회수 44만회를 기록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비판적 여론에 대응할 때도 ‘쇼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뒤 국내 비판 여론이 들끓자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담은 7개의 쇼츠 영상을 공개했다. ‘15초로 보는 한-일 정상회담 성과’로 이름을 붙인 시리즈물이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 비공개 시간에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해법안에 대해) 취임 초부터 외교부에 해결방안을 주문했고,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통해 우리 정부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닷새 뒤 공개하기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놓여있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는 뜻)라고 적힌 장식물이 부각된 뒤 윤 대통령 얼굴을 배경으로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라고 적힌 내용이었다.
대통령실은 쇼츠뿐만 아니라, 청년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회의, 중앙부처 청년 보좌역 채용 확대 등을 통해서도 청년층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20·30 세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7월 이후 10~20%대에서 장기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20대(18~29살)에서 16%, 30대에서 19%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첫 여론조사(지난해 5월 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의 긍정평가는 45%, 30대의 긍정평가는 54%였다. 이를 두고 윤 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의 원칙이 무너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왔고, 대통령실이 ‘이준석 축출 사태’ 등을 자초하면서 여론 방향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또다른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근로시간 문제나 일자리, 주거 등 정책 기조 전반에서 미래 세대를 항상 언급한다”며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엠제트 세대 여론을 무엇보다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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