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예상밖 강경대응 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새벽 1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사드 추가배치에 독자 제재까지 꺼내
북 ‘통미봉남’에 한·미 공조강화 맞불
더 강한 제재 주장 미·일도 무시못해
청와대선 “대화 끌어내기 방편” 강조
문 대통령 “베를린 구상 동력 관리”
전문가 “강경일변도 대응 우려” 지적 문 대통령은 북의 태도에 깊은 실망을 느꼈을 법하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7월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상의 적대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제안을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비난하며 단박에 걷어찼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심지어 문 대통령이 적대행위를 중단하자고 꼽은 바로 그날(27일), 보란 듯이 ‘화성-14’형 2차 발사시험을 실시하라는 친필 명령을 내렸다. 이런 북한의 막무가내식 대응이 문 대통령의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국을 무시한 채 미국과 직접 협상을 시도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에 굳이 최대 사거리 모의 시험 발사를 진행한 것은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일대일 ‘담판’을 시도하고 나섰다. 한-미 공조를 강화하되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나가겠다는 우리 정부 계획에 계속 딴지를 거는 모양새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문 대통령으로선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을 무력화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배치를 지시하면서 “한-미 연합방위 능력 강화”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도발 억제”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거듭되는 북한의 도발에 ‘든든한 안보 대통령’이란 이미지가 퇴색할 것이란 우려도 이런 강경 대응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이틀 전인 26일 보고받았고 발사가 임박했다는 사실 역시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사전에 보고받았다”고 밝히며 청와대가 이번 발사를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을 불식하고자 했다. 물론 정부는 강경한 압박과 제재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강경 대응을 주문하면서도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최대한 북한을 압박하고 독자적 제재방안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마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큰 실효성을 보지 못한 강경 대응으로 급격히 치닫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8월 중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합동연습이 시작되면 한반도 긴장 상태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며 “(압박·제재와 함께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정부의 안보 딜레마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김지은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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