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화성-14’형 2차 발사 기술 평가-
1차 미사일보다 고도 1000㎞ 높이고
비행거리·시간도 큰 진전 이뤄
탄두 무게 줄여 발사했을 수도
미 전문가 “한달 안돼 또 성공
이런 추세면 연내 ICBM 만들 듯”
1차 미사일보다 고도 1000㎞ 높이고
비행거리·시간도 큰 진전 이뤄
탄두 무게 줄여 발사했을 수도
미 전문가 “한달 안돼 또 성공
이런 추세면 연내 ICBM 만들 듯”
북한이 28일 밤 11시41분께 기습적으로 발사한 ‘화성-14’형은 지난 4일 1차 발사보다 앞선 성능을 보여줬다. 불과 한 달도 안 된 기간에 이룬 성과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무척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최대 정점 고도 3724.9㎞까지 상승하며 거리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의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화성-14형 발사 2시간 40여분 뒤 “고도 약 3700㎞, 사거리 1000여㎞로 사거리 기준 시 지난번보다 더 진전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의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도 “이번 미사일은 예상했던 대로 아이시비엠으로 평가한다”며 “미사일은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돼 약 1000km를 비행한 뒤 동해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조선중앙TV>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화상-14형 미사일은 8축 발사차량에 실려온 뒤 지상 발사대에 수직으로 거치돼 발사됐다. 지난 4일 1차 발사 때와 같은 절차를 밟아 고각으로 발사됐다. 그러나 이번 2차 발사에서 나타난 수치들은 지난 4일 1차 발사 때의 최고고도 2802㎞, 비행거리 933㎞, 비행시간 39분보다 크게 향상된 것이다. 최고고도가 1000㎞ 가까이 더 높아졌고 비행거리는 65㎞, 비행시간은 8분여 늘어났다. 최대 사거리가 나올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9000~1만㎞에 이르러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비영리 과학자단체인 ‘참여 과학자 모임’(UCS)의 데이비드 라이트 선임연구원은 28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는 1만400㎞에 이를 것이라며, 지구 자전을 고려하면 사거리가 더 늘어나 로스앤젤레스·덴버·시카고가 사정권에 포함되고, 보스턴과 뉴욕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라이트 선임연구원은 지난 4일 화성-14형의 1차 발사 때만 해도 사거리를 6700㎞(당시 한국 국방부의 사거리 추정치는 7000~8000㎞)로 인색하게 평가한 바 있다. 마이클 엘레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미사일 방어 분야 선임연구원도 북한전문 매체인 ‘38노스’에 올린 글에서 “수평한 탄도로 날아간다면 사거리가 9000∼1만㎞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불과 20여일 만에 이처럼 사거리 연장이 이뤄진 데 대해선 탄두 무게를 줄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지난 4일 시험발사에서는 약 900㎏의 모의 탄두를 탑재했을 수 있지만, 이번에는 500㎏ 수준으로 확 줄였을 수 있다”며 “가장 쉽게 사거리를 늘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탄두 무게를 줄여 사거리를 늘린 것이면 큰 진보라고 보긴 어렵다. 데이비스 대변인도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북미 대륙엔 위협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다. 마이클 엘레먼 선임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한 달도 안 돼 두번째 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연말이 되기 전에 신뢰할 만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이트 선임연구원도 “중요한 것은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고 있느냐 여부”라며 북한이 핵 장착 탄두를 어느 정도 뭉툭하게 만들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suh@hani.co.kr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8일 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를 실시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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