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사드 추가 배치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몸에 밧줄을 동여매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주/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화성-14형 발사 직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지시함에 따라, 주한미군은 조만간 발사대 6기를 모두 갖춘 ‘완편 1개 포대’를 경북 성주에 배치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지시는 대선 기간 동안 사드의 한반도 방어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취임 이후에도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드 배치 자체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삼던 자신의 주장을 화성-14형 발사를 빌미로 단박에 뒤집은 것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 논란은 물론 한-중 관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29일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임시로 추가 배치가 진행되고 한-미 간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임시’ 조치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임시라는 말은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용어 선택의 혐의가 짙다. 정부는 실제 28일 이미 경북 성주 골프장에 임시 배치된 사드에 대해 “보완 공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완 공사에는 이미 배치된 발사대 2기의 바닥 패드를 임시용 철판에서 영구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꾸고 골프장 안 연결도로를 신축하는 등 사실상 영구 기지화를 뜻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추가 배치될 발사대 4기는 이처럼 사실상 영구 기지로 탈바꿈하는 성주 부지에 들어서는 것이어서, 임시 배치라는 표현이 무색할 수밖에 없다.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는 또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결정하겠다는 바로 전날의 정부 약속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28일 사드 배치를 위해 주한미군에 공여되는 70만㎡ 전체를 대상으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기 전에는 사드 발사대를 더 배치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지시 대로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배치되면, 앞으로 10~15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말 그대로 요식행위에 그칠 공산이 커진다. 문 대통령 스스로 사드 배치 재검토 사유라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모양 갖추기’로 전락시킨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화성-14형은 군사적으로 사드와 아무 관계가 없다. 화성-14형은 미국 본토를 노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기 위해 굳이 화성-14형을 쏠 이유가 없다. 북한은 이미 남한 타격용으로 스커드 등 신뢰할 단거리미사일을 갖추고 있다. 북한이 화성-14형을 고각 발사 등으로 사거리를 줄여 무리하게 남한을 타격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사드로는 이를 요격할 수 없다. 사드는 애초 사거리 3000㎞ 이하인 단거리·준중거리미사일(SRBM·MRBM) 요격용으로 개발됐으며, 지난 11일 처음으로 중거리미사일(IRBM·3000~5500㎞) 요격 실험을 한 바 있다. 사드는 화성-14형과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사거리 5500㎞)을 요격할 능력이 없다. 냉철한 이성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사드 배치를 사실화해, 앞으로 더는 물릴 수 없는 외통수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는 대외정세를 대화보다는 대결로 몰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 우려를 해결할 수 없으며 조선(한) 반도의 관련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때 사드 배치의 재검토를 떠들며 마치 큰일이라도 칠 것처럼 놀아대던 남조선 당국자가 사드 배치 강행으로 돌아섰다”며 “친미 굴종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박근혜 역적패당과 같은 비참한 파멸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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