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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위안부 합의? 독도?…한일 회담서 실제 나온 말은 [팩트체크]

등록 2023-03-20 15:01수정 2023-03-21 17:43

위안부·후쿠시마 수산물·초계기, 의견교환 한 듯
독도·사도광산, 일본 요구 전달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6일 정상회담에서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민감 현안에 대해 대체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이에 대한 한-일 당국의 해명이 엇갈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양국 정부의 설명과 언론 보도를 묶어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 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해, 두 정상은 △위안부 합의 △후쿠시마 등 수산물 수입 △2018년 말 발생한 ‘초계기 갈등’ 등 양국 간 세 가지 민감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독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정부 설명대로 이날 화제로 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앞선 3대 현안에 논의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일본 언론이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두 정상의 대화의 내용을 매우 상세히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은 20일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후쿠시마 등 수산물 수입 △초계기 갈등에 대한 사실 인정과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를 보면, 기시다 총리가 초계기 문제에 대해 언급하자 윤 대통령은 “이것은 서로 신뢰 관계에 문제가 생겨 발생했다. 앞으로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서로의 주장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의 이 답변에 대해 “한국 정부는 그동안 레이더 조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사실관계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주장처럼 한국의 함선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쐈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인정한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갈등이 발생한 이유가 양국 간에 신뢰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뿐 일본의 주장을 수용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나아가 위안부 합의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등에 대해선 “기시다 총리가 요구했지만 진전이 없었다”고만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 문제를 꺼내 들었지만, 윤 대통령이 반응하지 않았거나 일본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8일 <한국방송>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 등이 “의제로 논의된 바 없다”면서 “정상간 대화는 공개할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애초 두 나라가 위안부 문제를 의제로 삼진 않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즉석에서 이 얘기를 꺼냈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이 가운데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선 기시다 총리가 당시 외무상으로 2015년 12월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임했었다. 그런 이유로 2021년 10월 총리에 오른 뒤에도 줄곧 합의 이행을 주장해왔다. 일본은 이 합의의 이행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2018년 11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고, 일본 대사관 앞의 ‘평화의 소녀상’도 철거하지 않는 등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는 것도 합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철폐 역시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먹거리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의 반응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맞서 한국이 힘겹게 역전 승소한 사안이어서 양보가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독도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는 이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신문> 역시 이날 보도에서 “기시다 총리가 (독도·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해) 개별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앞으로 일본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설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기시다 총리의 측근인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부장관은 16일 정상회담 뒤 일본 기자들과 진행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독도 △위안부 △초계기 △수산물 수입규제 등의 현안에 대해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한-일 현안에 대해서 잘 대처해 나가자는 취지를 밝혔다. 이 사안들 중에는 다케시마(독도) 문제도 포함된다. 아울러 위안부의 문제도 한일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 레이더(초계기)는 우리 나라 입장에 따른 발언을 했다. (수산물 수입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말했다. 발언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위안부 △초계기 △수산물 수입규제에 대해선 분명히 언급했고, 독도 문제는 이날 꺼내 들지 않았지만, 앞으로 양국이 논의해야 할 주제로 인식하고 있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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