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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왜 반기문? 안보리 막후정치 불꽃튀었다

등록 2006-10-03 19:46수정 2006-10-03 21:08

중 “아시아 차례”고집…미 반대논리 못찾아
러시아 중립대신 “아시아 지지” 선회로 물꼬
한국인 유엔총장 사실상 확정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사실상 정해진 데는 외교관으로서의 반 장관 개인에 대한 높은 평가가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4차 예비투표에 이르기까지의 이면에는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간 견제, 이해에 따른 합종연횡 등 안보리의 정치 역학이 작동했다고 봐야 한다. 반 장관이 안보리 투표에서 차기 총장감으로 선택된 것은 그런 조정이 끝났다는 뜻이다.

‘아시아 지역대표권’ 주장=유엔 차석대사와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서대원 외교부 본부대사는 3일 “(사무총장 선정에서)미국이 중요하다는 건 너무 당연하다”며, 다른 4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독자적 논리와 입장을 세울 수 있는 나라로 중국을 꼽았다. 영국의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28일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사무총장이 될 것이라는 유엔의 전통적 견해를 지적하면서, 그런 점에서 반 장관이 유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안보리의 의사 결정은 통상 미국을 중심으로 한 블록과 중국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영국은 유엔에서도 변함없이 미국을 따라가는 입장이고, 프랑스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매우 제한적인 권한행사에 그치고 있다. 러시아도 옛 소련과 달리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체로 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영국과 먼저 상의해 팀워크를 다진 뒤 프랑스와 협의하는 등 미국-영국-프랑스 블록을 주축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구도다. 그 다음 절차가 러시아와의 논의이고, 마지막이 중국이다. 중국으로서는 혼자 고립될 수 있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안보리의 사무총장 선거는 이런 국제현안 논의의 통상 구도와는 다른 측면을 보였다. 서 대사는 중국이 아시아에서의 리더십을 목표로, ‘이번 유엔 사무총장은 아시아 차례’라는 주장을 밀어붙이면서 미국-영국-프랑스 블록의 주도가 어렵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벽에 부닥친 미-영-프 블록의 동유럽 카드=실제로 반 장관에 대해 미국-영국-프랑스 블록은 유보적 자세를 보이며, 폴란드 등 동유럽 출신의 대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이 특히 이런 자세를 보였으며,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이번 사무총장 선정에서도 ‘친미’의 기준을, 전통적인 동맹관계보다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에서 찾았다. 현실적인 여러 이유에서 이런 기준에 맞는 게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라는 입장을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동유럽이라는 대안은 미국의 동유럽 영향력 확대·고착을 우려한 러시아의 결정적 거부권에 부닥쳤다. 미-영-프의 동유럽 카드 추진은 러시아가 중립이 아니라 중국의 ‘아시아 지지’ 쪽으로 돌아서도록 하는 데 일정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으로서는 대안이 벽에 부닥친데다, 아시아 국가들의 요구와 중국의 주장을 반대할 논리를 못 찾은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최대공약수’=아시아 후보가 대세가 되면서 남은 일은 미-중이 아시아에서 어떤 후보를 고를 것인가였다. 미국은 전통적 동맹관계를 고려해 한국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 장관의 개인적 성향이나 경력으로 볼 때 친미에 가깝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의 입장은 ‘지나친 친미는 곤란하다’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서 대사는 “친미 반중은 안 된다”로 표현했다. 그는 “한국이 내놓은 후보가 반 장관이 아닌 친미 보수 쪽 인사였다면 중국의 지지를 얻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과정은 한국 외교 전체로 보면 노무현 정부가 내세운 ‘미·중에 대한 균형적 실용외교’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또 지역적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의 리더십과 유엔 무대에서 아시아의 발언권 강화가 낳은 결과인 셈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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