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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1년전부터 ‘조용한 선거운동’ 돋보여

등록 2006-10-03 19:22

노대통령 작년9월 출마 권유
“빨리 공개 득될 것 없다” 판단
외교장관 일보며 서서히 준비
출마에서 내정까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월14일 한국 정부의 공식 후보로 다음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공식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만들기 프로젝트’의 시작은 1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말~9월 초 반 장관을 불러, 다음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을 살피며 최적의 후보를 검증하는 작업이 지난해 중반부터 진행됐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반 장관을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내세우기로 공식 결정했음에도, 이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일부 보도된 뒤에도 ‘보도 자제’를 강력하게 거듭 요청했다. 공개적이고 공세적인 선거운동이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이 반 장관의 공식 출마 선언 뒤에 외교장관을 교체하지 않은 것도 이런 판단의 결과라고 한다. 반 장관이 현직 외교장관 자격으로 일상적 외교업무를 수행하며, 조용하고 신중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선거운동에 깊이 관여한 정부 관계자는 “유엔 사무총장 후보 자격만으론 상대국이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며 “외교장관으로 일상 외교활동을 하며 자연스레 운동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이런 신중하고 조용한 선거전략이 ‘단연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반 장관과 정부의 이런 ‘조용하고 신중한 선거운동’은 지난 7월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차 예비투표에서 1위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1차 투표 직후 정부는 그간 추진해 오던 2007~2008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방침을 뒤로 미루기로 내부 결정을 했고, 이를 8월 말 이전에 유엔 회원국에 일일이 알렸다. 아세안 등 유엔 회원국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며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반 장관은 이후 파죽지세로 지지세를 불렸다.

정부의 이런 선거전략은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염두에 두며 강대국의 엇갈린 이해관계의 균열을 파고들 정도로 한국 외교가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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