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에서 긴급 총회를 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 통신
유엔이 가자지구에서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두번째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결의안에는 반대표를 던졌지만 “이스라엘이 국제적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이례적으로 강력히 비판했다.
12일 미국 뉴욕 본부에서 열린 긴급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193개의 회원국 중 찬성 153표, 반대 10표, 기권 23표를 얻어 통과됐다.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이 제출한 결의안에는 즉각 휴전 및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촉구 및 인질 석방 요구가 담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휴전이 하마스에만 유리할 뿐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유엔 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사회 여론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정치적 무게가 있다. 앞서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휴전 촉구 결의안이 제출됐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 채택이 무산됐다. 안보리 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있다. 이에 유엔이 긴급 총회를 열어 총회 차원에서 두번째 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촉구 결의가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10월27일 유엔 총회에서 즉각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찬성 120표, 반대 14표, 기권 45표로 가결된 바 있다. 두번째 결의안은 첫번째 결의안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찬성표를 받았다.
다만, 이번 결의안에는 인질을 붙잡고 있는 주체가 하마스이며,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은 빠져있다. 오스트리아와 미국은 각각 이를 보완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냈지만 오스트리아안은 89개국 찬성, 미국안은 84개국 찬성에 그쳐 회원국 3분의2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길라드 에르단은 “이번 결의안은 하마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휴전은 하마스의 생존을 보장하는 한 가지 의미만 있을 뿐”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결의안 통과를 환영했다. 망명 중인 하마스 관리 이잣 엘-레시크 Izzat El-Reshiq는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우리 국민에 대한 침략과 학살, 인종청소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총회 두번째 결의안 통과로 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7일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시작된 뒤 사실상 처음으로 네타냐후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날 유엔 표결 전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이스라엘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지지를 받아왔지만 무차별적 폭격 탓에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며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동맹국이며 최대 무기 공급국으로서, 이스라엘이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정부를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부”라며 이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국가로 병존하는 ‘2국가 해법’에도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미향 기자, 워싱턴/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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