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유대교 명절 하누카를 기념하는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적 공습 때문에 국제적 지지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저지르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상에 대한 미국 안팎의 비난이 자신에게까지 이르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이스라엘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지지를 받아왔지만 무차별적 폭격 탓에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라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계속 무차별적 공습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지난 두달 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의한 가자지구 사망자는 1만8천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네타냐후 총리의 정부를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부”라고 평가하면서, 이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국가로서 병존하는 ‘2국가 해법’에도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법으로 ‘2국가 해법’을 사실상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7일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시작된 뒤 이날 사실상 처음 네타냐후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는 변해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 변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만 해도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 기념 리셉션에서 “유대인들과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내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제거 작전에 대한 완전한 지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계속 급증하고, 국제적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하는 자신에게까지 여론의 압박이 이르자 네타냐후 총리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데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전쟁 종식 후 미국이 제시한 가자지구 통치 구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축출 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도 통치해야 한다는 미국이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영상 연설을 통해 밝혔다. 그는 “테러를 가르치고 지원하는 자들이 가자지구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자지구 통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