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와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저항의 축’의 핵심인 이란이 자신들에게 테러를 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파키스탄 내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후티 반군 역시 미국의 거듭된 공습에도 굴하지 않고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지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7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대량학살이 끝나면 (이스라엘 등을 노리는) 군사적 행동과 지역 위기도 종식될 것”이라며 “홍해 안전은 가자지구와 연결돼 있고, 이스라엘의 범죄가 멈추지 않으면 저항 전선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에서 시작돼 홍해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쟁의 흐름을 끊으려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10월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은 팔레스타인을 넘어 홍해·레바논과 이란·이라크·파키스탄 등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개전 이후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며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했다. 그러는 사이 하마스의 배후인 이란은 지난 3일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1957~2020)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80명 넘는 이들이 숨지는 폭탄 테러를 당했다. 분노한 이란은 이 테러의 배후에 있는 수니파 근본주의 세력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거점이 있는 이라크(15일)와 파키스탄(16일)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파키스탄은 “명백한 주권 침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뒤 18일 새벽 4시30분께 이란 접경지역에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란 이르나(IRNA) 통신은 이란 남서부 시스탄·발루체스탄주 사라반 주변 지역에 폭발이 일어났고, 이란 시민이 아닌 여성 3명과 어린이 4명 등 최소 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18일 성명을 내어 “파키스칸은 이란의 주권과 영토적 완전성을 존중한다. 오늘 작전의 유일한 목적은 파키스탄의 안보와 국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이 17일 “우리는 파키스탄 시민이 아니라 (발루치족 분리주의 수니파 무장단체) 자이시알아들을 겨냥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자, 똑같은 논리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란과 파키스탄이 공격을 주고받은 발루치스탄주와 시스탄·발루체스탄주는 파키스탄과 이란 영토로 나뉘어 있지만 발루치족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으로 분리 독립 무장단체 활동이 진행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움직임에 대해 “우방과 적국 모두에게 자국의 군사력 과시와 적국을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며 “이란 내 보수주의자들과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이스라엘과 미국 등에 이란이 공격받을 경우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후티 반군 역시 미국의 거듭된 공격에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17일 야흐야 사리 후티 반군 대변인은 아덴만에서 미국 선박 ‘젠코 피카디’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후 후티 반군에 대한 보복에 나서 예멘에서 발사를 위해 장전돼 있는 후티 반군의 미사일 14기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18일에는 2021년 2월 이후 3년 만에 후티 반군을 테러단체로 재지정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콕 집어’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17일 “이스라엘 북쪽 국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레바논에서 전투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달 안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김미향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