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서류·CD 등 “상당 분량”…백악관 “분석중”
파키스탄, 미국-빈라덴 ‘양다리 의혹’ 해명 진땀
파키스탄, 미국-빈라덴 ‘양다리 의혹’ 해명 진땀
오사마 빈라덴이 10년에 걸친 미국의 추적 끝에 미군의 기습공격으로 사살되면서 파키스탄 정부가 난감한 지경에 빠졌다. 빈라덴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불과 100㎞ 떨어진 지역의 안가에서 철저한 경계 태세와 보호 속에 지내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장 파키스탄 정부에 빈라덴이 오랜 기간 은신해온 경위를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이번 작전에서 빈라덴의 안가에 있던 데스크톱 컵퓨터를 비롯해 다량의 시디(CD)와 서류, 정보 파일, 노트북 컴퓨터 등 상당한 분량의 자료들을 입수하는 성과도 거뒀다고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이 3일 미국 대테러 당국의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이날 <에이비시>방송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보 분석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알카에다가 꾸미고 있을 수 있는 음모 뿐 아니라 빈라덴이 파키스탄에서 어떤 유형의 체계적 지원을 받았을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자료들을 매우 주의깊게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조심스런 기대를 내비쳤다.
파키스탄 정부는 빈라덴 체포작전에도 공조하지도, 빈라덴을 돕지도 않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기고에서 “빈라덴은 우리가 짐작했던 어느 곳에도 있지 않았다”며 “1일 작전이 (미국과 파키스탄의) 공동작전은 아니었지만, 양국의 오랜 공조와 파트너십이 빈라덴의 제거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부 미국 언론이 파키스탄의 테리리즘 대응 능력이 약해졌다고 지적하지만 그런 주장은 케이블뉴스를 신나게 할지언정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만큼이나 파키스탄의 전쟁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빈라덴 제거작전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가 공식 논평을 낸 것은 이 기고가 처음이다. 자르다리는 그러나 빈라덴이 어떻게 이슬라마바드에서 가까운 안가에서 지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만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파키스탄 영토 내에서 군사작전을 펼치면서도 자르다리 정부에는 사전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은 빈라덴이 군사학교 인근의 주택가에서 살고 있었는데도 파키스탄 당국의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다. 미국 의회에선 파키스탄에 대한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당) 위원장은 2일 “미국 정부는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미국의 대외전략에) 전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나라들에 대해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미 의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10년 동안 200억달러(21조4000억원)에 이르는 파키스탄 지원 예산을 승인해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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