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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슬람 존중해 수장? “무슬림에 대한 범죄” 술렁

등록 2011-05-03 20:46수정 2011-05-03 22:25

오사마 빈라덴 사살에서 수장까지
수장 금지규정 없어 논란 확대
미, 장례 전과정 영상 공개키로
지난 2일 새벽(현지시각)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미군이 그의 주검을 수장한 것을 둘러싸고 이슬람권이 술렁이고 있다. 수장이 이슬람 전통과 어긋난다는 지적과 반발이 일면서 미묘한 긴장감까지 감돈다.

미국 국방부는 2일 빈라덴의 주검은 파키스탄 남쪽의 아라비아해에서 작전중이던 미 항공모함 칼빈슨으로 옮겨져 이슬람식 관습과 종교적 장례법에 따라 수장됐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한 관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수장 의식은 미국 동부표준시각으로 새벽 1시10분에 시작돼 새벽 2시에 끝났다”고 말했다. 현지 시각으로는 2일 정오께다.

이 관리에 따르면, 빈라덴의 주검은 깨끗이 씻겨진 뒤 흰 천에 싸여 묵직한 주검수습용 가방에 담겨졌다. 이어 미군 장교가 이슬람식 장례 절차를 진행하면 통역자가 아랍어로 옮겼다. 이런 의식이 끝난 뒤 주검을 평평한 판자 위로 옮겨 바다 쪽으로 기울이자, 빈라덴의 주검은 미끄러져 내려 바닷속 깊이 가라앉았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복수의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빈라덴의 장례식 전 과정은 영상으로 녹화됐으며, 조만간 비디오테이프와 사진들이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존 브레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빈라덴의 죽음을 의심하는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영상 및 사진자료의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빈라덴의 수장 과정에 대한 적극적 해명에 나선 것은 그의 추종세력의 반발과 보복 테러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하드’(성전)의 영웅이었다가 미군의 기습공격으로 살해된 빈라덴이 ‘순교자’가 되어서도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는 일부 무슬림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이다.

무슬림의 전통 장례는 사망 당일 일몰 이전에 주검의 머리가 성지 메카 쪽을 향하도록 눕혀 매장하며 무덤은 최대한 간소화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이슬람권에서도 항해중 숨진 주검이 부패할 우려가 있거나 주검이 도굴돼 훼손될 우려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수장이 허용된다. 또 수장을 명확히 금지한 규정도 없어 논란거리다.

레바논 성직자 오마르 바크리 무함마드는 <에이피> 통신에 “미국인들이 빈라덴 수장을 통해 무슬림들을 욕보이고 싶었겠지만 이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의 저명한 이슬람학자 압둘 사타르 자나비도 “무슬림의 주검을 바다에 던진 것은 거의 범죄행위로, 무슬림을 자극할 수 있다”며 “빈라덴의 주검은 마땅히 가족에게 인계돼 매장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르단대 이슬람법학자인 무함마드 쿠다는 “땅과 바다는 모두 알라에게 속하며, 주검을 인수해 이슬람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다면 수장도 금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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