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② 연구개발 보조금
10개 항목중 8개 대기업 주관
박근혜정부 ‘대형융합과제’도
대기업 중심 될 가능성 커
“한쪽에만 기회를 많이 주면
한쪽은 기회 잃어 불공평”
이 ‘대형 먹거리’ 개발 과제는 누가 맡았을까? 10개 세부과제별 총괄 주관기관 가운데 8개를 대기업이 맡았다. ‘조기 성과 창출형 과제’ 5가지 가운데 글로벌 선도 천연물신약은 동아제약, 정보통신 융복합기기용 핵심 시스템반도체는 엘지(LG)전자, 차세대 전기차 기반 그린수송 시스템은 현대자동차,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는 삼성에스디아이(SDI), 코리아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는 삼성물산이 총괄 주관기관으로 참여했다. 모두 대기업이다. 신시장 창출형 과제 5개 중엔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엘지디스플레이, 심해자원 생산용 친환경 해양플랜트는 현대중공업, 인쇄전자용 초정밀 연속생산 시스템은 삼성전자한테 주관기관이 돌아갔다. ‘그린카 사업’ 등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과다하다고 국회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적한 뒤, 2013년 상반기에 총괄 주관기관이 결정된 그래핀 소재·부품 기술 개발과 웰니스 휴먼케어 플랫폼 구축 사업에선 대기업이 빠졌다. 대신 대기업은 세부 주관기관으로 들어갔다. 결국 미래산업선도기술 사업은 삼성그룹 계열사 3곳, 엘지그룹 계열사 2곳, 현대차, 현대중 등에 혜택이 집중됐다. 산업부 산업기술개발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바깥에서 오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기업이 주관기관으로 이끌지만 실제 혜택은 부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이 본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이 휴대전화를 개발할 때 필요한 부품이 있으면 대만이나 다른 나라의 부품 기업을 찾으면 된다. (연구개발을 통해) 대기업하고 중소기업이 협력하게 만들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제품 수준을 따라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부 아르앤디 지원이 많아져야 (시장에 내놓을) 제품이 많아진다”고 믿었다. 그의 믿음처럼 한국 정부는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에 막대한 지원을 쏟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OECD 과학기술산업 스코어보드 2013’을 보면, 정부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에 주는 직접 보조금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 따져보니 한국은 0.19%로 4위를 차지했다. 오이시디 회원국 34곳과 중국·러시아 등 36개 나라를 묶어 비교했다. 간접 조세지원 비중도 0.2%로 3위를 차지했다. 이 막대한 지원 가운데 절반가량은 대기업에 흘러간다. 민병주 의원(새누리당)이 ‘최근 5년간(2008~2012년) 국가연구개발사업 기업 규모별 참여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대기업은 기업 지원금 가운데 43.4%를 차지했다. 최재천 민주당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받은 2012년 기준 기업 규모별 연구비 지원 현황을 보면, 대기업은 한 곳당 평균 43억2000만원을 받은 반면, 중소기업은 한 곳당 평균 3억200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최근 5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비를 받은 상위 10위권 기업(연구금액 기준)은 18개 대기업이 돌아가며 독점했다. 삼성 계열사 4곳(삼성전자, 삼성에스디에스, 삼성테크윈, 삼성전기)과 두산 계열사 3곳(두산DST,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현대차 계열사 2곳(현대자동차, 현대로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이었다.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지켜본 산업부 출신 전 관료는 “삼성 등 대기업들은 돈도 많고, 이제는 홀로 할 수 있는데도 계속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말한다. 국회의 한 보좌관도 예산 집중 문제에 대해 “한쪽에 기회를 준다는 것은 다른 한쪽에는 기회를 주지 않는 불공평의 문제”라고 했다. 또 기업들은 나랏돈만 바라보는 게 아니다. 한 대기업 연구개발 담당 상무는 “돈이나 비용 문제만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국책과제 같은 것을 하면 국가에서 그 사업을 밀어준다. 어떤 추진력을 받을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국책과제 수행은 자신들의 사업적 목표와 국가의 정책적 목표를 일체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 #235] ‘말로만 경제민주화’ 대기업으로 나랏돈이…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