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개년 계획’ 3대 추진전략 발표
정부, 공공기관 개혁·창조경제·내수 활성화 꼽아
“투자 촉진·규제완화 등 대기업에 유리” 지적 나와
박대통령 발언 재탕…노사문제 비전도 제시 못해
정부, 공공기관 개혁·창조경제·내수 활성화 꼽아
“투자 촉진·규제완화 등 대기업에 유리” 지적 나와
박대통령 발언 재탕…노사문제 비전도 제시 못해
박근혜 정부가 새해 들어 경제분야 슬로건(정책 구호)으로 제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대 추진전략을 15일 제시했다. 공공기관 개혁(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내수 활성화다. 정부는 3대 추진전략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의 개선을 위한 실천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추진전략은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에서 나온 내용을 재정리한 수준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대 중점추진전략을 발표한 경제장관회의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약 20개 부처 책임자들이 총출동해 추진 의지를 과시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달 초부터 시작하는 각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 때 정책과제를 구체화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서 다음달 말까지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먼저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잠재성장률 저하가 불가피하고 소득 3만달러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인 활동에 경쟁적으로 몰두하는 고질적 ‘지대 추구(불합리한 특혜에 집착한다는 뜻·rent seeking)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원전 비리 등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보조금 부정수급,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 대립적 노사관계 등을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경제성장 사다리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 점과 내수보다 수출에 의존해온 비대칭 성장도 주요한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부는 고질적인 지대 추구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 부채 관리와 구조조정과 재정준칙 강화 등 재정·세제 개혁을 세부 목표로 제시했다.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기 위해 창조경제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총량제를 도입하고 투자 관련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규제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또 제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도 적극 늘릴 계획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틀은 기획재정부 등이 지난달 말 공개한 201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3대 정책방향의 마지막 부분이던 공공부문 개선을 맨 앞으로 끌어낸 것 말고는 다를 게 별로 없다. 2014년 정책방향은 청와대 등을 거치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정책으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재부의 경제정책방향은 민간 경제와 내수활성화에 초점을 둬, 기존의 정부 재정이나 수출에 무게중심을 두던 정책에 견줘 나름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3개년 계획은 이름뿐 아니라 내용도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개년 계획이 여론 수렴 없이 사실상 청와대 주도로 일방 추진되고 있는데다, 정책 수단으로도 대기업에 유리한 규제완화 등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민간 경제의 혁신을 말하면서도 다른 경제 주체의 이해나 참여를 전혀 구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급조된 계획은 경제주체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정책의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중심의 과거 정책으로의 회귀라는 지적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규제완화를 통한 내수활성화인데 이는 1970년대의 대기업 지원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연못에 새우와 고래가 있는데 규제를 풀면 고래만 남듯이 이런 정책으로는 내수를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오히려 아이디어가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경쟁할 수 있도록 재벌이 시장질서를 혼란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경제민주화가 내수활성화의 중요한 전제조건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개혁은 물론 고용의 핵심 선행과제인 노사문제에 대해 별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현오석 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는 철도노조 파업을 지대 추구 현상쯤으로 언급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상조 교수는 “공공부문 개혁이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노사관계 재정립이 필요한데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는 아예 빠졌다. 우리 사회에 노사관계 발전에 대한 욕구가 팽배해 있다는 점을 박근혜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노사정 관계를 명확히 정립하지 않으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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