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왼쪽부터),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7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왼쪽부터)강병구 인하대 경제학 교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대기업 증세 안해
복지공약 폐기되거나 축소
대기업 집중은
나와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반려동물·성형수술에 대해
알뜰살뜰히 세금 거두면서
대기업에 퍼주고
저소득층 지원은 줄어 정창수 공정경쟁의 문제도 있다. 그냥 놔둬도 대기업이 유리한데 정부가 대기업에 지원을 편중되게 하면 공정경쟁에 역행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나라 경제민주화의 실현도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대기업 자체의 국제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진다. 전성인 대기업에 관한 정책금융의 경우도 대기업은 400조원 가까운 돈을 쌓아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금융의 지원이 절실하지 않다. 그런 것을 줄이고 요새 창조경제 얘기가 나오지만 다른 형태의 금융, 예컨대 사회적 금융이나 협동조합 쪽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연계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눈을 떠야 한다. 강병구 대기업의 덩치가 크고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는데 원천 기술의 개발 등 우리나라 잠재 성장력 확충에 (대기업 지원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1960~70년대 이후인 지금까지도 개발주의 시대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산업 정책, 조세·금융 정책, 노동 정책에 집약돼 나타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먹거리를 말하는데, 먹거리는 중요하지만 기업의 먹거리는 챙기고 국민의 먹거리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선대인 수십년 동안 자원 배분을 그런 방향으로 해온 거다. 80년대까지는 흔히 말하는 대기업 주도의 토건사업으로 고성장해온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한국의 성장 방식이 달라져야 할 때다. 그런데 과거 습관의 힘이 지속되고 있다. 전에 제가 서울시에서 일할 때(오세훈 시장 시절 정책자문관) 공무원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면 ‘문화와 복지’로 포장은 돼 있는데 다 보면 사실상 토건사업인 경우가 많았다. 문화창작 스튜디오를 만든다는데 예술 인력에 대한 직접 지원 프로그램은 없고 건물은 몇백억원씩 들여서 짓는 식이다. 전성인 대기업에 각종 지원을 하면서 ‘수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신화를 계속 연장해가는 것이다. 대기업에 돈을 줘서 그 기업의 성과가 올라가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우리 경제’의 성과와는 괴리가 크다. 우리 경제의 성과를 위해서 공적 자금을 다른 데 써야겠다, 이런 합의를 해야 바뀔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보면 결국 하는 일이 규제 완화다. 서비스업을 중점 산업 대상으로 삼아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도 옛날 패러다임 그대로 가는 거다. 공공부문 개혁도 목표가 적자, 부채 수치 줄이기에만 있다. 정부 지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시정하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선대인 굉장히 많은 자원(의 배분)을 관료들이 행사하는 것 같다. 정부에서 맡은(짠) 예산안 95%가 거의 그대로 통과된다(반영된다). 결국은 관료들이 만든 건데, 이들이 기본적으로 일반 국민이나 소비자, 사회적 약자나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의 시각에서 본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장급 정도가 되면 3년 뒤에 자기 직장이 그 산하 기관과 관련 기업에 있다. 금융이든 건설이든 이익 유착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왼쪽부터)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규제 완화하겠다는 것
옛날 패러다임 그대로다
양극화 시정 노력은 안보여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과거엔 정치권력이 강했는데
요즘은 경제권력이 중심
예결위서 기업 지원제 손댔더니
업계서 벌떼처럼 달려오더라 정창수 과거 ‘정경유착’이라고 하면 강력한 게 정치 권력인데 요즘은 거꾸로 돼 있다. 경제 권력 중심으로 돼 있다. 제 경험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할 때 성공불융자(해외 자원 개발에 기업이 참여하면 정부에서 저리로 융자해주고 성공할 경우에만 갚게 하는 제도) 삭감 계획을 냈더니 벌떼처럼 달려온 이들의 다수가 대기업 사람들이었다. 부처 주무 과장과 5개 (대기업) 정유사의 전무들이 와서, 과장은 배석만 하고 있고 (대기업 전무들이) 온갖 반대 논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선대인 정책과 제도 형성의 접근권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완전히 차이가 난다. 자원 배분을 하는 데 미칠 영향력의 크기가 (대기업이) 크다. 유학 시절에 기획재정부 관료, 몇몇 대기업 간부랑 같이 모여 저녁을 먹었는데 (서로) 편하게 얘기한다. 정책이란 걸 만들면서 (정부는) 대기업의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정책이라 포장하고 거기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다. 관료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하다. 선정할 만한 데 했다(고 하면 되고), 성과가 나오면 과시적으로 보여주기도 좋다. 전성인 강자와 약자가 함께 뛰기엔 불공정을 넘어서서 문자 그대로 ‘뇌물’이 횡행한다. (돈을 주는) 노골적 뇌물부터 은근하게 퇴직 뒤 자리를 약속하는 간접적 뇌물까지 있다. 더 간접적인 뇌물은 국가 시책에 대한 호응이다. 대통령이 신년에 대기업 총수를 불러 식사하면서 총수는 투자를 약속하고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규제 완화로 화답하는 식이다. 선대인 정부 관료들이 시대에 맞는 역할과 소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런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과거 토건 개발 시대의 조직보다는 주거와 같이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대적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 거기에 미션(임무)을 달성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 같다. 전성인 어떤 이유로든 (대기업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을 줄이기가 어렵다면 낙수효과라도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전혀 흘러내리지 않고 있어서 문제다. 바로 위의 대기업이 이익을 내면 흘러내려가는 것에 대해 첫 단계는 좀 강제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게 ‘이윤공유제’다. 정창수 최고의 이윤 공유는 조세다. 지금 곳곳에 안 잡히는 게 있다. 모든 구조가 빨대처럼 대기업에 쏠리는 현상, 이 구조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 이 방향을 조금이라도 어디에 트냐에 따라 경제 방향도 틀어질 수 있다. 강명구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 업체들의 공공시장 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처럼 기회의 지속적인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의 산업 지형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워낙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다보니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할 정책이 필요한 영역이 있다. 그런 영역은 제도적 지원을 하고 동시에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도 성과를 잘 들여다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것, 비효율적인 것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선대인 근본적으로는 공정한 개임의 룰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재벌 대기업들이 독과점 담합하는 여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컨대 중소기업이 진출한 부분인데도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각종 기술이 탈취된다든지 중소기업들이 잘하는 분야에서 수익성 나면 대기업이 들어가서 시장을 뺏는다든지 한다. 그런 식으로 계속해 중소기업이 살 수 있는 산업 생태계는 사라져온 결과가 지금이다. 삼성전자가 휘청하면 한국 경제가 출렁이는 구조가 지속돼선 안 된다. 전성인 중소기업 지원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문제는 지원 방식이다. 지금은 생산 과정에서 주로 인풋(입력)을 지원해주는 거다. 이는 성과 평가가 굉장히 어렵고, 정책적 목표 달성도 어렵다. 자꾸 인풋을 지원받으면 ‘피터팬 신드롬’(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려는 것)에 빠진다. 판로를 확보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게 핵심이 돼야 한다. 여기서 국가의 역할이 하나는 조달 시장에 있다. 직접 사주는 거다.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팔 때 쉽게 팔 수 있게 도와주는 거다. 지금 해외 주재 공관이 있는데 대기업 위해 일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도 안하려 한다. 그렇지만 코트라 등이 그런 식으로 몰고 가야 이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강소 중견기업이 된다. 강병구 기존의 한국 경제가 성장 위주의 이윤 주도형 성장을 끌고 왔다면 이제는 소득 주도형으로 패러다임(틀)을 전환해야 한다. 각 생산 과정에 참여한 이해당사자들에 골고루 분배되는 시스템을 포함해서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고 그걸 통해 성장과 분배가 상생할 수 있다. 효율성도 성장 지상적 관점에서 보면 당위적인 시각으로 강조되지만 좀더 장기적 시계열로 늘려 보면 예컨대 사회 안전망 지출의 경우 현 시점에서는 비효율적인 지출로 보여도 국가의 잠재 성장력에는 기여할 수 있다. 선대인 결국 과거에 우리가 성장한 방식은 공급자 중심이었는데, 수요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소득 주도로 가자는 것이다.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소득을 올려줘야 한다. 소득을 늘려 수요가 늘어나면 그게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로 늘어나서 선순환으로 가는 방식이다. 강병구 공공 자원의 배분 문제는 공공의 선택 문제다. 정치적 의사 결정의 문제인 것이다. 공공 자원이 얼마나 사회 구성원에 배분되느냐에 대해 다수 국민의 의견을 집약할 수 있는 정치 체제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이익집단이라 할 수 있는 재벌과 관료와 정치인들 사이에 형성된 철의 삼각형을 깨는 정치 체제가 구성되지 않고서는 공적 자원의 합리적 배분은 어렵다. 전성인 대기업 혜택 중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 환율 등 거시 경제 정책도 함께 봐야 한다. 이런 문제는 수출 대기업에 어마어마한 보조금이다. 국내 모든 사람들에게 조세를 부과해 수출 대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이는 위기 때마다 더욱더 늘어나서 외환 보유액을 확충해야 한다,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하니까 위기의 주범인 섹터(부문)에 계속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 부분도 <한겨레>에서 향후 다뤄주길 바란다.<끝> 진행 류이근 기자, 정리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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