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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1월 10일 잠깐독서

등록 2007-11-09 20:06

〈즐거운 한옥 읽기 즐거운 한옥 짓기〉
〈즐거운 한옥 읽기 즐거운 한옥 짓기〉
■ ‘사람 중심’ 한옥의 아름다움

〈즐거운 한옥 읽기 즐거운 한옥 짓기〉봄, 소슬한 대청에서 스란치마를 끌며 지나는 한 여인. 여름, 사립짝 열고 잠방이째로 툇마루에 벌렁 드러누운 숙부. 가을, 아궁이 앞에서 벌건 얼굴로 뒷불을 놓는 할머니. 겨울, 아랫목 구들에 두 발 묻고 엄마 기다리는 막둥이. 이렇듯 집은 따뜻한 추억을 낳는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떠올려도 집 이야기는 늘 포근하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곳’이기 때문일까. 지은이는 그렇다 말한다. 각지고 각박한 아파트가 아니라 한옥이라면 더욱 그럴 테다.

대한주택공사를 다니다 한옥에 사로잡혀 그예 목수가 돼버린 지은이는 “한옥의 인간다움은 ‘사람중심의 공간’에 있다”고 적었다. 인문학적 성찰에 집 짓기 실무까지 아우르는 지식이 400쪽에 빼곡하다. 문장은 맞배지붕처럼 간결한 ‘교과서체’, 곳곳에 박힌 쪽글은 익공과 같아 글의 들보를 받쳐준다. 고리타분하지도 않다. 가령 이런 식. “구들에 불 넣으면서 밥도 하는 즉, ‘무엇을 하면서 무엇을 하는’ 이런 동시행동성은 ‘윈도’를 여러 개 열어놓고 일을 하는 현대생활에 여전히 유리한 행동양식임에 틀림없다.”

책장을 절반쯤 넘기면 슬슬 물목을 고르고 연장 쥐고픈 유혹이 달려든다. 선무당 아닌 ‘선목수’를 낳은들 어떠랴. 잡지 같은 구성으로 재미도 쏠쏠하다. 이상현 지음/그물코·2만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파시즘〉
〈파시즘〉
■ 뒤엉킨 이데올로기의 총합 ‘파시즘’

〈파시즘〉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라고 할 때, 그 극단의 한 축을 이루었던 것이 파시즘이었다. 정치운동으로서 파시즘은 1919년 이탈리아의 ‘전향 사회주의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창설했다. 그러나 파시즘은 독일의 나치즘을 통해 훨씬 더 과격하고 극단적인 형태를 실현했다. 1945년 2차세계대전 종결과 함께 파시즘 정치체제는 붕괴했지만, 그 이념을 둘러싼 학문적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국 역사학자 캐빈 패스모어가 쓴 <파시즘>은 파시즘의 역사와 논쟁을 살펴 개념 정의를 도출하려는 시도다. “엄밀한 의미를 확정하려는 희망을 품고 파시즘에 관한 문헌을 연구하려는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손을 들곤 한다.” 급진적이면서 동시에 반동적인 성향으로 뒤엉킨 파시즘을 정의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파시즘의 ‘모순적 본질’에 주목한다. “보수주의자들과 연대하면서도 부르주아를 비난하며, 마초 스타일을 채택하면서도 많은 여성들을 끌어들이고, 전통으로 복귀하자고 요청하면서도 기술에 열광하며, 대중을 이상화하면서도 대중사회를 경멸하고, 질서의 이름으로 폭력을 설교하는 이데올로기”가 파시즘이다. 이 책의 영어판 부제는 ‘매우 짧은 입문서’인데, 부제 그대로 파시즘에 관한 간략한 밑그림을 그려주는 안내서라 할 책이다. 케빈 패스모어 지음·강유원 옮김/뿌리와이파리·1만5000원.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영화야 미안해〉
〈영화야 미안해〉
■ 영화를 바라보는 겸손한 시선

〈영화야 미안해〉

영화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일반 관객보다 먼저 영화를 보고 기사를 쓴다. 신작 개봉과 기사 마감의 날짜 다툼에 헉헉대면서도, 텍스트(영화)에 대한 텍스트(기사)를 꾸준히 생산한다. 영화를 다룬 기사는 항상 ‘스포일러’의 위험을 안는다. ‘예비 관객’인 독자들은 기대와 실망 사이 어딘가 지점에서 영화와 기사를 준엄하게 평가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독자가 이미 관객이 되고 나면, 영화 기사는 다른 효용을 얻는다. 영화를 봤음에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삼 알게 되거나,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의 이유를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영화야 미안해>는 1995년 영화 주간지 <씨네21>의 창간부터 기자로 참여해 온 김혜리씨의 글 모음이다. 이 책은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출연한 <비포 선셋>을 보면서 전작 <비포 선라이즈>에서보다 빨라진 그들의 걸음걸이에 대한 느낌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해피엔딩’이 다행스러우면서도 당혹스러웠던 기억을 되새겨주고 설명해준다.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는 30편, 이 밖에도 휴 그랜트나 제러미 아이언스, 브라이언 싱어 등 영화인 분석도 친절하다.

제목 ‘영화야 미안해’는 “글로 경쟁해 도저히 승산이 없는” 것이 영화인데도 계속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겸손한 지은이의 ‘사과’다. 김혜리 지음/강·1만2천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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