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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9월 29일 잠깐독서

등록 2007-09-28 20:15수정 2007-09-28 20:23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
판타지 소설가 꿈꾸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은 글쓰기의 놀라운 경제적 효과를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작가 한 사람이 골방에서 자판을 두드려 만든 이야기가 자동차나 컴퓨터, 또는 반도체 산업을 능가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많은 잠재적 작가들의 가슴을 비밀리에 뛰게 만들었을 것이다.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는 바로 그런 이들을 겨냥한 책이다. ‘과학소설(SF)과 판타지 쓰는 법’이라는 원제대로 과학소설과 판타지를 쓰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지침을 밝혀 놓았다. 지은이는 〈엔더의 게임〉과 〈사자(死者)의 대변인〉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2년 연속 수상한 미국의 장르 작가다.

최초의 착상에 집착하지 말라. 생각이 떠올랐다고 해서 곧바로 글쓰기에 돌입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착상을 만지작거리면서 최상의 상태로 발전시켜라. 조그만 것으로 시작해서, 차츰차츰 시야를 전 세계로 넓혀 나가라. 안정된 직업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나서기 전에 거듭 심사숙고하라. 건강을 챙기며 자신을 규율하고, 가족 및 친지들의 관계에도 소홀하지 말라…. 지은이의 조언은 구체적이고 자상하다. 오슨 스콧 카드 지음·송경아 옮김/북하우스·9000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술 없이 취하는 술 이야기

<허시명의 주당천리>

허시명의 주당천리
허시명의 주당천리
‘와인’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프랑스산이나 칠레산이라고? ‘와인 사대주의’에 흠뻑 취한 요즘 사람들에게 지은이는 〈고려사〉와 〈하멜표류기〉를 들춰 보이며 우리 와인의 긴 역사를 들려준다. 그리고 조선의 포도주, 머루와인을 맛본 뒤 얘기하자고 청한다.


“어쩌다 술향을 맡았다가” 술을 찾는 길에 오른 지 8년째라는 지은이가 술에 관한 세 번째 책을 냈다. 그사이 술을 잘 못 마시던 지은이는 제법 주량이 늘었고, “이젠 술 없이도 취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우리 술을 찾아 천리를 돈 지은이는 단순히 전통 술을 어떤 방법으로 빚고 그것을 어디서 구할 수 있으며 어떤 맛인지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술에 인생을 건 장인과의 만남, 술과 함께 곰삭은 문화와 휘청거리는 역사 등 군침 도는 안주를 곁들여 거방진 술상을 차려냈다.

혼돈주를 빚어 스승으로 삼았다는 조선의 기인 정희량과 다산이 그려낸 천하의 술꾼 천용자, 술 없이는 시도 지어지지 않았다는 고려의 주선 이규보 등 생을 한 번 더 살아도 넘보기 힘든 주당들의 얘기는 보너스다. 천리를 돌고 얻었다는 ‘주당천리 10계명’ 중 ‘술이 떡이 되지 말고, 덕이 되게 하라’는 말은 술잔을 돌릴 때마다 마음에 새길 일이다. 허시명 지음/예당·1만4000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소설처럼 읽는 ‘루쉰의 중국 근현대사’

<루쉰전>

루쉰전
루쉰전
선생은 일본의 구석진 시골 학교로 유학 온 중국인 제자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제자가 필기한 공책을 꼼꼼히 검사했다. 일본어에 서툰 제자가 미처 받아쓰지 못한 대목을 더해 넣고, 문법이 틀린 곳은 빨간 연필로 구석구석 고쳐놓았다. 청년은 어느 수업시간에 시사영화를 한 편 본 뒤 의학을 접고 문학예술운동을 벌이기로 결심한다. 영화에는 차르 군대 스파이로 있던 중국인이 일본군에게 총살당하는 장면을 얼빠진 표정으로 구경하는 중국인들이 등장했다.

‘중국의 바보들, 백치들을 의술로는 고칠 수 없다’며 학교를 그만둔 청년은 〈광인일기〉 〈아큐정전〉 등의 작품을 통해 중국 근대문학에 큰 족적을 남긴 루쉰이다. 일본 센다이 의학전문학교 유학 시절 골격학을 강의한 선생 후지노 곤쿠로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던 루쉰은 필기 공책을 소중히 간직했다. 공책은 베이징의 루쉰 박물관에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왕스징의 〈루쉰전〉은 평생 500여명에 이르는 청년들을 접대하고, 각지에서 2200여 명의 청년들이 보내온 편지에 3500통의 답장을 썼던 루쉰의 헌신적인 청년 사랑의 뿌리를 이 교류에서 찾아볼 수 있게 한다. 루쉰이 남긴 650여편의 잡문을 바탕으로 그의 삶과 그가 바라본 중국 근현대사를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왕스징 지음, 신영복·유세종 옮김/다섯수레·1만2000원.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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