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세상과 소통하기 〉
■ ‘철학의 유효성’ 외치는 깊은 울림
〈철학, 세상과 소통하기 〉
올해 45살인 지은이 김범춘씨는 대학에서 카를 마르크스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다. 마르크스와 강사가 뜻하는 함의는 그가 이 사회의 비주류라는 것이다. 이런 예외성은 이 책에서 단지 예외성으로 그치지 않는다. 마르크스의 이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 그가 세상을 향해 토해놓는 글들은 명석한 사유·공부의 깊이·간명한 문장과 합쳐지면서 만만찮은 울림을 자아낸다. 예컨대, 인간은 왜 배우는가를 설명하는 대목이 그렇다. 깨달음이나 교양 혹은 이기적인 계산 그리고 삶의 폭을 넓히는 것 등이 답이 될 수 있다. 그가 보기에 깨달음을 말하는 이는 가장 하수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교양이란 자신과 짐승만도 못한 인간을 구별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했다. 그리고 슈바이처를 말한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선택지 가운데 하필 고생스러운 선택을 했다. 지은이는 “내가 선택한 선택지보다는 내가 버린 선택지가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묻는 그런 삶”이야말로 빛난다고 했다. 유머의 권력적 성격을 논한 ‘유머의 우울함’, 권력자일수록 색안경의 농도가 엷다면서 시선의 권력관계를 파고 든 ‘눈은 말한다’ 등도 통찰력으로 무장한 진보적 글쓰기의 예일 것이다. 지은이의 강의를 들은 제자가 꾸며준 인터넷 홈페이지(www.fridaybeer.net)에 최근 올린 글들을 묶었다. 김범춘 지음/모티브·1만3500원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 인간을 위협하는 식품 화학첨가물
〈100년 동안의 거짓말〉
지은이는 하나의 전제와 선언으로 책을 관통하려 한다. ‘인간은 철저히 먹는 음식으로 만들어진다’가 전제라면, ‘그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독성을 많이 가진 종으로 변질되고 있다’가 선언이다. 1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수많은 합성 화학물질이 햄버거 소스로, 김치찌개에 우러나는 허여멀건 조미료로, 그보다 더 자주 만나는 가공식품에, 또는 의약품에 뿌려지고 첨가되어 종국엔 체내에 흡수되는 일상이다. 아홉 살 영국 소년의 몸에서 29가지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되고,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성인과 아동 2400명의 몸속을 들여다봤더니 200가지가 넘는 유해물질, 해로울 것으로 의심되는 또다른 화학물질이 수백 가지 검출되는 게 그래서 이상하지 않다. 지은이는 추적보도 기자 출신답게 온갖 연구보고서를 뒤져 추려낸 ‘사실’들로 300쪽 이상을 채워가며 앞의 전제와 선언을 집요하게 재확인해갈 뿐이다. 현재 지구상엔 10만여 종의 합성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개별적으로 무해한 물질이더라도 체내에서 2~3가지 이상으로 합성되었을 때 어떤 부정적 ‘상승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이 없고, 기업은 어제도 오늘도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안전’. 제목마따나 <100년 동안의 거짓말>인 것이다. 식품 함유물질의 권위자로 불리는 영국 의사 폴라 베일리 해밀턴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우리가 식인종이었다면 인육은 십중팔구 식용에 부적합해 판매금지되었을 것이다.” 대안은 없을까? 물론 책 안에 있다. 랜덜 피츠제럴드 지음·신현승 옮김/시공사·1만6000원.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 나무심기 아닌 ‘작품’으로 조경 보기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조경은 결코 텍스트만으로는 감상할 수 없다. 갖은 감각을 동원해 직접 겪어보고 느껴봐야 한다. 가장 높은 건물에 올라가 도시를 조감해 보고, 분수대 근처에서 흩날린 물방울에 뺨을 적시고, 웅장한 마천루 입구마다 놓인 조각 작품을 만지고, 골목길 집집마다 놓인 화분이 뿜는 꽃향기와 공원의 삼나무 숲을 가로지르는 산들바람을 몸으로 안는 우리의 일상이 모두 조경의 감상 활동이다.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은 12명의 조경전문가들이 이 과정을 텍스트로 풀어 놓은 결과물이다. ‘경(景)을 만드는’ 활동인 조경이 단순히 ‘나무 심기’여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동서양 조경의 역사와 도시·공원 등 조경의 결과물, 예술성·공공성 등 조경의 특성과 조경가의 구실 및 조경의 재료에 대한 설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세계적인 현대 조경가들의 ‘작품’에 대한 소개도 풍부하다.
“자연이 사라진 곳에 자연을 채우는” 조경가들이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어 온 인문·자연 환경의 사진은 또다른 볼거리다. 240여 쪽 가득 컬러로 펼쳐진 이 사진들만 훑어봐도, 문득 일상이 달라 보인다. 고정희 외 12인 함께지음/나무도시·9천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100년 동안의 거짓말〉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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