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베스트셀러〉
■ 조선시대도 도서대여업이?
〈조선의 베스트셀러〉
사서삼경을 읽고 고문을 익혀야 마땅한 명망가 사대부가 어느날 저잣거리에서 발견한 패관잡서에 빠진다. 급기야 직접 ‘야설’을 써 히트를 치더니, 궁궐 안 정빈 손에까지 책이 들어간다. 영화 <음란서생>의 발칙한 상상이다. 실제로 조선시대에 가능했던 일일까? <조선의 베스트셀러>는 “그렇다”고 답한다. 비밀의 열쇠는 “세책(貰冊)에 있다”고 말한다. 세책은 <춘향전> <조웅전> <구운몽> 따위 소설들을 주로 빌려주고 돈을 받던 조선판 도서대여업으로, 18세기 후반 한양에서 성행했다. 살림이 궁벽한 선비들이 주로 필사를 맡았고, 책은 세책업자를 거쳐 양반댁 부인과 사대부 천민 궁녀들에게까지 돌았다고 한다.
돋보기를 대고 찬찬히 들여다 본 세책업은 엄숙할 것만 같은 조선시대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린다. 아녀자들은 책을 빌리고 싶어 팔찌나 비녀를 팔고 때론 빚을 지기도 했다. 독자들은 오늘날로 치면 인터넷 댓글에 해당하는 낙서들을 적어놓곤 해 세책업자들이 골치를 썩기도 했다. 업자들은 나름대로 이문을 많이 남기려고 한 권 분량 책을 여러 권으로 쪼개는 꾐수를 쓰기 다반사였다. 책이 쉬 상할까봐 책장마다 들기름을 먹여 놓는 기지도 발휘했다. 20세기 초까지 명맥을 이어오던 세책업은 인쇄술의 발달과 신소설의 인기에 밀려 사라져갔다. 이민희 지음/프로네시스·9000원.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 인간 해방을 향한 치열한 삶
〈넬슨 만델라 평전〉 그는 아프리카 템부족 추장의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템부족 국왕을 옹립한 ‘개국공신’이었다. 덕분에 아들은 궁정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대학교육까지 받을 수 있었다. 어릴 적 이름은 로하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의 인생궤적은 이름이 지어졌을 때 이미 정해졌는지 모른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다. 교육받을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어준 백인이 고맙기도 했지만 “흑인은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야 했던” 그 시절에 쓰라린 굴욕을 견디며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무장투쟁을 지도하다 27년을 감옥에서 보냈지만, 1994년엔 남아공 최초로 흑인이 참여한 자유 총선거에서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만델라의 위대함은 단순한 ‘인권운동가’ 역할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그의 사명은 흑인뿐 아니라 백인 역시 해방하는 것이다. 억압은 받는 자뿐 아니라 억압하는 자의 영혼도 파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힘과 저항에 의지하던 ‘투사’는 인간의 선의지를 믿는 ‘성자’로 발돋움했다고 이 책은 ㅁ라한다. 인종주의자들의 만행을 용서하면서 그가 꿈꾸던 무지개빛 나라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윤은주 옮김/실천문학사·1만5000원.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 여성 작가들의 ‘실존적 인생관’
〈인생의 일곱 계단〉
탄생·어린시절·성장·결혼·사랑·부모 되기·죽음. 우리는 이 보편적인 삶의 과정을 인생의 일곱 단계라고 부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들은 이 단계를 거칠 때마다 남다른 혹은 남모를 ‘통과의례’를 겪으면서도 ‘사는 게 이런 거려니… 남들도 다 그런가 보다…’ 하고 당연하게, 어쩌면 체념하듯 이 삶의 과정을 받아들인다. ‘명작’ 반열에 오른 소설을 남긴 작가들은 이 일곱 단계에 대해 무엇을 느꼈을까?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에드워드 멘델슨 교수는 문학비평서 <인생의 일곱 계단>에서 19∼20세기 영국 여성작가 다섯 명의 소설 일곱 편을 심도 깊게 파헤친다. 독립된 존재로 인정받지 못했던 당시 ‘여성’ 작가들의, 인간을 ‘개인 실존’ 차원에서 바라본 작품들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막간>이 인생의 각 단계를 대변한다.
지은이는 이 비평서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하지만 원작이나 문학에 대한 이해를 참아낼 인내가 없다면 지은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김정미 옮김/에코의 서재·1만2000원.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넬슨 만델라 평전〉
〈넬슨 만델라 평전〉 그는 아프리카 템부족 추장의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템부족 국왕을 옹립한 ‘개국공신’이었다. 덕분에 아들은 궁정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대학교육까지 받을 수 있었다. 어릴 적 이름은 로하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의 인생궤적은 이름이 지어졌을 때 이미 정해졌는지 모른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다. 교육받을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어준 백인이 고맙기도 했지만 “흑인은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야 했던” 그 시절에 쓰라린 굴욕을 견디며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무장투쟁을 지도하다 27년을 감옥에서 보냈지만, 1994년엔 남아공 최초로 흑인이 참여한 자유 총선거에서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만델라의 위대함은 단순한 ‘인권운동가’ 역할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그의 사명은 흑인뿐 아니라 백인 역시 해방하는 것이다. 억압은 받는 자뿐 아니라 억압하는 자의 영혼도 파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힘과 저항에 의지하던 ‘투사’는 인간의 선의지를 믿는 ‘성자’로 발돋움했다고 이 책은 ㅁ라한다. 인종주의자들의 만행을 용서하면서 그가 꿈꾸던 무지개빛 나라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윤은주 옮김/실천문학사·1만5000원.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인생의 일곱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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