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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7월 28일 잠깐독서

등록 2007-07-27 19:28수정 2007-07-27 19:36

<플라이 인 더 시티>
<플라이 인 더 시티>
세상이 놓쳐버린 이면 ‘성찰의 뒷담화’
<플라이 인 더 시티>

‘동방신기 오빠들’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그는 어머니의 성을 넣어 이름 넉자를 쓰기 시작했다. 비록 회사 경비아저씨 내지 일부 취재원은 그를 ‘신윤동 기자’로 알고있긴 하지만, 그는 일찌기 정치적 올바름을 온몸으로 실천해 온 ‘급진적 다양주의자’다. <플라이 인 더 시티>는 <한겨레21>의 신윤동욱 기자가 일상의 구석구석을 저공비행하며 들여다 본 관찰기다. 또 세상의 성근 시선에 미처 담기지 않은 ‘존재’ 또는 그 이면에 대해 소근소근 건네는 ‘성찰의 뒷담화’이기도 하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동성간 성추행이 빈번한 병영, 밤마을 나간 이태원, 노골적인 ‘동성애혐오증’을 뿜어내는 텔레비전의 오락 프로그램에 이른다.

“한류가 식기 전에 나를 팔아야 한다”며 주유하는 방콕의 뒷골목에서 자신의 인종주의와 맞닥뜨리기도 하고,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가 한창인 광화문 네거리에선 “부안과 이라크를 기억하는 한” 섣불리 촛불을 들 수 없는 ‘대한민국 1퍼센트’의 심정을 토로한다. 따뜻하지만 날카롭게 사회의 가려진 이면을 들춰내지만, 그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심야버스 좌석에 몸을 밀어넣어야 비로소 아늑함을 느끼는 철저한 ‘개인’이기도 하다. 이 낭만적 연애의 시대에 ‘끝끝내 안팔리는 연애 소수자’에 대한 그의 성찰에, 솟구쳐오르는 연대의식을 숨기기 어렵다. 신윤동욱 지음/생각의 나무·1만1000원.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지중해 철학기행>
<지중해 철학기행>

지중해 여행하듯 서양철학 즐기기
<지중해 철학기행>

두꺼운 철학사 책은 소화하기엔 너무 딱딱하고 완독하기엔 너무 지루하다. 여행하듯 휴식하듯 철학사를 즐겁게 음미할 수는 없을까? 아니면, 여행과 사유를 하나로 합쳐 ‘철학 여행’을 할 수는 없을까? 독일 철학자 클라우스 헬트가 쓴 <지중해 철학기행>은 이 물음에 정확히 응답하는 책이다. 서양 철학의 발상과 전개의 터전이었던 지중해 일대의 여러 도시와 지역을 기착지로 삼아 철학 여행을 떠난다. 서양 사유의 시원을 향수에 젖어 회고했던 마르틴 하이데거의 어조가 밴 문장들로, 지은이는 한때 번성했고 여전히 철학의 젖줄 노릇을 하는 이 남유럽 곳곳을 탐색한다. 1부는 밀레토스 학파의 출현에서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이르는 기원 전 6세기~4세기의 철학을 살피고, 2부는 헬레니즘 시대에서부터 중세의 시작기인 기원 후 6세기까지 800년을 산책한다. 3부는 이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재발견하고 재창조한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을 조명한다. 지은이는 여행자의 정신을 난해한 개념어로 괴롭힐 마음이 전혀 없다. 철학 연구의 권위자답게 그는 철학사의 모든 주요한 용어를 그 기원과 용례를 살펴 가능한 한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책을 읽고 나면 독자-여행자들은 서양 철학의 시원이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스 헬트 지음·이강서 옮김/효형출판·2만5000원.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말들의 풍경-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말들의 풍경-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섬세한 감각으로 탐색한 ‘말과 글’
<말들의 풍경-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말들의 풍경’은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의 유고평론집 이름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말들의 풍경을 탐색하는 그(김현)의 말들은 그 자체로 한국 현대문학사의 빼어나게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이루고 있다”고 썼다. 세상을 부유하는 말과 글에 대한 논평과 단상을 모은 이 책 역시 앞선 책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풍경 하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실, 김현은 문학평론을 그 자체로 읽을 만한 텍스트로 만든 거의 첫 비평가고, 어쩌면 마지막 비평가일지도 모른다.”(김현론) “김윤식이라는 이름은 동사 ‘쓰다’의 주어인 것이다.”(김윤식론) “그는 그저 일관되게 추상을, 관념을 사랑하며 그 관념의 사랑으로써 자신을 위안했는지 모른다.”(정운영론)

‘ㄹ’과 ‘ㅇ’ 등 한글 자음의 쓰임새를 ‘흘러가며 튀어 오르는’ 문체로 그려내는 ‘청산별곡’을 읽노라면, 지은이의 우리말에 대한 예민함은 이미 김현을 능가했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로 뽑은 ‘가시내’(계집애의 서남 방언) 해설은 그 섬세한 감각의 명백한 징표이다. 이 단어는 순애와 애욕을 동시에 체현하고 있어 사랑과 관련된 정서적 소구력에서 표준어 ‘계집애’가 도저히 다다를 수 없다고 했다. 고종석 지음/개마고원·1만5000원.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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