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이화가 쉽게 들려주는 ‘한국통사’
<역사>
‘재야 역사학자’ 이이화(70)씨는 제도권과 거리를 둔 채 주체적이며 민중주의적이라 할 역사 저술에 힘을 쏟고 있다. 무려 22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한국사 이야기〉를 비롯해 〈인물 한국사 이야기〉 〈동학농민전쟁 인물열전〉과 같은 저작에서 그는 보통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역사를 이야기하듯 들려줌으로써 역사 대중화를 꾀해 왔다. 그가 새롭게 낸 한 권짜리 한국통사인 〈역사〉는 그간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청소년 독자들도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도록 한결 쉽고 친근한 문체를 택한 것이 특징이다. 구석기시대부터 1987년 6월항쟁까지 우리 역사를 500쪽 남짓한 분량에 갈무리하고 연표와 인명색인을 곁들였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식민지배 왜곡 등을 거론하며 “오늘날 세계는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우리 독자들은 역사를 재미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한국사를 부끄러워하곤 한다. 지은이는 평화 지향적이고 주체적이라는 점에서 “우리 역사는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전되어 왔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그는 자주와 개혁을 근간으로 삼고 발해사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며, 조선의 민중항쟁과 의병투쟁에서부터 4·19와 광주민중항쟁,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중들의 변혁을 위한 투쟁을 적극 부각시킨다. 이이화 지음/열림원·1만4500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우리 역사에 발자취 남긴 외국인들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왜구의 침입으로 참화에 휩싸인 고려 말, 이지란은 이성계와 함께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활솜씨로 왜구를 토벌하며 이름을 날렸다. 이성계의 의형제였으며, 조선 4대 개국공신의 한 사람이고, 청해 이씨의 조상이 된 이지란은 원래 여진족 추장 쿠란투란티무르다. 그는 이성계를 만나 여진족 부대를 이끌고 조선 건국을 돕고 국경을 안정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우는 등 이성계한테 끝까지 충성하다 조선인으로 삶을 마쳤다. 한국사 속에는 많은 ‘이지란’들이 있다. 이 책은 단일민족과 순혈주의 신화에 집착하는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우리 역사 속 이방인들을 만나게 해준다. 서역과 신라의 활발한 만남을 상징하는 처용, 고려 광종의 개혁 ‘동반자’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한족 쌍기, 충렬왕과 결혼한 몽골 공주의 시종으로 와 몽골 간섭기 고려 말의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던 인후, 조선이 서양의 첨단기술을 얻고자 적극 활용하려 했던 박연과 하멜 등의 이야기다. 역사 속 이방인들의 발자취는 흥미롭지만, 인물들의 내면에 깊이 다가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젊은 연구자 6명이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한국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첫권인 〈베스트셀러의 저자들〉 등 11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사람으로읽는한국사 기획위원회 펴냄/동녘·1만원.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명언 한마디에 숨겨진 오해와 진실 <천마디를 이긴 한마디>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탈레스가 한 말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말은 서양철학의 출발을 알리는 가장 적절한 표현으로, 서양철학은 탈레스부터 시작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는 발언으로 철없는 ‘궁정 마나님’의 투정 어린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실상 이 말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략결혼으로 프랑스 궁정에 들어가 줄곧 ‘오스트리아 여자’라고 무시당했던 그에게, 프랑스 혁명의 시대상황이 붙여준 악성 루머로 보인다. 〈천마디를 이긴 한마디〉는 선인들이 남긴 촌철살인의 명언 가운데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정치적 발언 등 70가지의 ‘한마디’와 그 역사적 배경 및 의미를 설명한다. 그 가운데는 ‘한마디’의 맥락과 숨은 의미가 알려지지 않아 오해를 사는 말들도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카이사르)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호라티우스) 등 고대 철학자·정치인들의 말들로부터,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마르크스)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케네디) 등 현대사에 굵은 획을 그은 발언들에는 한마디로 집약된 세계사적 통찰력이 녹아 있다. “모든 전투의 어머니가 깨어났다”(사담 후세인) “악의 축”(부시) 등 지금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치적 발언은 현 세계를 이해하는 열쇳말이기도 하다. 헬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북스코프·1만5천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우리 역사에 발자취 남긴 외국인들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명언 한마디에 숨겨진 오해와 진실 <천마디를 이긴 한마디>
<천마디를 이긴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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