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보헤미안>
직장인이여! 디지털 자유세계로 떠나라
<디지털 보헤미안> “직장을 떠나라.” 다람쥐 쳇바퀴 돌다 결국 퇴출의 화살을 맞게 되는 직장인의 아킬레스건을 이책은 아프게 후벼판다. 특히 내심 안도하고 있을지 모를 정규직의 허위의식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위계질서로 가득찬 자본주의 기업이야말로 반시장적이라는 역설을 들이밀며 그 어디에도 구속받지않는 자유주의자 <디지털 보헤미안>이 돼보라며 속삭인다. 부르주아와 타협의 산물로 ‘부르주아 보헤미안’(보보스)이 역사의 무대 위에 등장하면서 문화투쟁은 끝난듯 보였다. 하지만 보헤미안의 행진은 소비와 여가라는 노동의 재생산 분야에만 머물렀고 생산의 진지에선 여전히 부르주아들이 강고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었다. 신경제의 잿더미 위에서 보헤미안은 웹 2.0을 통해 기술의 가교를 놓았으며 사회적 영향력을 복원했다. 여기서 실용적으로 무장한 디지털 보헤미안의 이상주의를 신자유주의와 혼동해선 안된다. 보헤미안은 시장이 조정능력을 상실할 때 국가의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디지털의 안방이면서 화장실 벽이기도 하다. 이 블로그가 디지털 보헤미안에게 중요한 소득원이 된다. 이 책은 4가지 소득원으로 △대중의 주목 △상품의 창의성 △소규모 제조 △주문형 제작을 제시하고 있다. 마침 휴가철이다. 사표 내는 건 좀 위험하니, 어딘가엔 존재할 나만의 보헤미아를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런지. 홀름 프리베,사샤 로보 지음·두행숙 옮김/크리에디트·1만5000원.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상인 유민집단’의 흥망성쇠로 본 역사
<세계무역의 역사> 역사는 국가나 왕, 영웅을 통해 이해해야 된다는 생각은 접어라, 이 책은 상인들의 세계사다. 경계를 넘나들며 때론 목숨을 걸고 ‘이방인’들과 장사를 하면서 부를 쌓고 다른 문화 사이의 다리가 되었던 ‘상인 유민집단(trading diaspora)’의 흥망성쇠를 통해 다시 써낸, 우리가 몰랐던 세계사다. 근대 아프리카사 연구의 선구자로 이름을 떨친 지은이가 방대한 기록과 자료로 쌓아올린 촘촘하고 묵직한 역사서다. 유목과 농경 문명이 만나는 사하라 사막의 언저리에서 처음 시작된 아프리카인들의 무역은 처음에는 소금, 철, 물고기를 사고 팔며, 나중에는 대추야자와 낙타를 통해 사막을 가로질러 점점 뻗어나갔다. 상인들은 통치자들과 특별한 관계를 구축하고, 같은 직업과 종교, 언어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외부 상인들이 정체된 아프리카의 교역을 개척했다는 해묵은 견해는 설자리를 잃는다. 지금의 레바논 땅에서 번성했던 페니키아 상인들은 나라 없이도 지중해 일대의 상업 패권을 장악했고, 중국 한나라 중기의 상인들은 실크로드를 개척했으며, 아르메니아 상인들은 중국부터 네덜란드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무역망을 구축하고 국제관계를 능숙하게 이용했다. 말라카 해협의 부기족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충돌하며 실익을 챙겼다. 이들 토착 상인 유민집단은 산업혁명과 군사력으로 뒷받침된 서구 무역체제에 밀려 18~19세기 역사의 중심에서 사라졌다. 필립 D. 커틴 지음·김병순 옮김/모티브북 펴냄·2만3천원.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동양의 눈’이 만드는 새 패러다임
<동양적 가치의 재발견> ‘인문학의 노벨상, 클러지상에 빛나는 중국 최고의 지성, 위잉스’. 책을 읽기에 앞서 저자의 경력이 더 눈길을 끈다. 클러지상은 미국 국회도서관에서 전 세계 대학, 연구소, 단체 등을 대상으로 역사 철학 정치학 인류학 사회학 종교학처럼 노벨상의 대상에서 빠진 분야에서 독보적 업적을 이룬 학자에게 주는 상으로, 2003년부터 제정됐다. 위잉스는 듀크대의 역사학자 존 프랭클린과 함께 2006년 공동수상했다. ‘동양과 서양을 모두 포괄하는 지적 방대함과 탁월한 식견을 가진 석학으로, 쉽고 간결한 문체로 서양 정신세계의 기원과 구조뿐 아니라 동양적 사유의 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게 수상 이유다. 하지만 그는 중국 출신일뿐 중국에서 공부한 학자는 전혀 아니다. 1930년 텐진에서 태어나 홍콩을 거쳐 56년 도미한 하버드 박사로, 87년부터 프린스턴대에서 재직하다 6년 전 은퇴해 명예교수로 있다. 그렇지만 그는 책에서, ‘자기 미화나 자기 비하같은 서구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 동양의 눈으로 자신의 전통과 가치체계를 직시하길 기대’하고 있다. “현대화라는 추상적 규준, 현실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서구 사회를 설정해 놓고 거기에 동양 자신을 끼워 맞추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 그는 동-서양을 나누는 이분법적 시각, 서구화-전통문화의 대립 패러다임을 벗어나 21세기 새로운 가치의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위잉스 지음, 김병환 옮김. 동아시아 펴냄. 1만2천원.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디지털 보헤미안> “직장을 떠나라.” 다람쥐 쳇바퀴 돌다 결국 퇴출의 화살을 맞게 되는 직장인의 아킬레스건을 이책은 아프게 후벼판다. 특히 내심 안도하고 있을지 모를 정규직의 허위의식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위계질서로 가득찬 자본주의 기업이야말로 반시장적이라는 역설을 들이밀며 그 어디에도 구속받지않는 자유주의자 <디지털 보헤미안>이 돼보라며 속삭인다. 부르주아와 타협의 산물로 ‘부르주아 보헤미안’(보보스)이 역사의 무대 위에 등장하면서 문화투쟁은 끝난듯 보였다. 하지만 보헤미안의 행진은 소비와 여가라는 노동의 재생산 분야에만 머물렀고 생산의 진지에선 여전히 부르주아들이 강고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었다. 신경제의 잿더미 위에서 보헤미안은 웹 2.0을 통해 기술의 가교를 놓았으며 사회적 영향력을 복원했다. 여기서 실용적으로 무장한 디지털 보헤미안의 이상주의를 신자유주의와 혼동해선 안된다. 보헤미안은 시장이 조정능력을 상실할 때 국가의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디지털의 안방이면서 화장실 벽이기도 하다. 이 블로그가 디지털 보헤미안에게 중요한 소득원이 된다. 이 책은 4가지 소득원으로 △대중의 주목 △상품의 창의성 △소규모 제조 △주문형 제작을 제시하고 있다. 마침 휴가철이다. 사표 내는 건 좀 위험하니, 어딘가엔 존재할 나만의 보헤미아를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런지. 홀름 프리베,사샤 로보 지음·두행숙 옮김/크리에디트·1만5000원.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상인 유민집단’의 흥망성쇠로 본 역사
<세계무역의 역사> 역사는 국가나 왕, 영웅을 통해 이해해야 된다는 생각은 접어라, 이 책은 상인들의 세계사다. 경계를 넘나들며 때론 목숨을 걸고 ‘이방인’들과 장사를 하면서 부를 쌓고 다른 문화 사이의 다리가 되었던 ‘상인 유민집단(trading diaspora)’의 흥망성쇠를 통해 다시 써낸, 우리가 몰랐던 세계사다. 근대 아프리카사 연구의 선구자로 이름을 떨친 지은이가 방대한 기록과 자료로 쌓아올린 촘촘하고 묵직한 역사서다. 유목과 농경 문명이 만나는 사하라 사막의 언저리에서 처음 시작된 아프리카인들의 무역은 처음에는 소금, 철, 물고기를 사고 팔며, 나중에는 대추야자와 낙타를 통해 사막을 가로질러 점점 뻗어나갔다. 상인들은 통치자들과 특별한 관계를 구축하고, 같은 직업과 종교, 언어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외부 상인들이 정체된 아프리카의 교역을 개척했다는 해묵은 견해는 설자리를 잃는다. 지금의 레바논 땅에서 번성했던 페니키아 상인들은 나라 없이도 지중해 일대의 상업 패권을 장악했고, 중국 한나라 중기의 상인들은 실크로드를 개척했으며, 아르메니아 상인들은 중국부터 네덜란드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무역망을 구축하고 국제관계를 능숙하게 이용했다. 말라카 해협의 부기족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충돌하며 실익을 챙겼다. 이들 토착 상인 유민집단은 산업혁명과 군사력으로 뒷받침된 서구 무역체제에 밀려 18~19세기 역사의 중심에서 사라졌다. 필립 D. 커틴 지음·김병순 옮김/모티브북 펴냄·2만3천원.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동양의 눈’이 만드는 새 패러다임
<동양적 가치의 재발견> ‘인문학의 노벨상, 클러지상에 빛나는 중국 최고의 지성, 위잉스’. 책을 읽기에 앞서 저자의 경력이 더 눈길을 끈다. 클러지상은 미국 국회도서관에서 전 세계 대학, 연구소, 단체 등을 대상으로 역사 철학 정치학 인류학 사회학 종교학처럼 노벨상의 대상에서 빠진 분야에서 독보적 업적을 이룬 학자에게 주는 상으로, 2003년부터 제정됐다. 위잉스는 듀크대의 역사학자 존 프랭클린과 함께 2006년 공동수상했다. ‘동양과 서양을 모두 포괄하는 지적 방대함과 탁월한 식견을 가진 석학으로, 쉽고 간결한 문체로 서양 정신세계의 기원과 구조뿐 아니라 동양적 사유의 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게 수상 이유다. 하지만 그는 중국 출신일뿐 중국에서 공부한 학자는 전혀 아니다. 1930년 텐진에서 태어나 홍콩을 거쳐 56년 도미한 하버드 박사로, 87년부터 프린스턴대에서 재직하다 6년 전 은퇴해 명예교수로 있다. 그렇지만 그는 책에서, ‘자기 미화나 자기 비하같은 서구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 동양의 눈으로 자신의 전통과 가치체계를 직시하길 기대’하고 있다. “현대화라는 추상적 규준, 현실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서구 사회를 설정해 놓고 거기에 동양 자신을 끼워 맞추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 그는 동-서양을 나누는 이분법적 시각, 서구화-전통문화의 대립 패러다임을 벗어나 21세기 새로운 가치의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위잉스 지음, 김병환 옮김. 동아시아 펴냄. 1만2천원.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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