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동지회와 4·19유족회 등 5개 관련 단체 회원들이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6차 심포지엄’에서 “숭고한 4·19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며 발제자로 나선 이영훈(왼쪽) 서울대 교수의 멱살을 잡고 밀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학자 “이념색맹 수준”…5·16 정당화 배경에 의혹
“제대로 된 이론을 들고나와 치열한 논쟁을 벌임으로써 논의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하는데, 역시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수준으론 대적한 상대에게 오히려 더욱 자신감을 안겨줄 뿐이다.”
교과서포럼이 주도한 근현대사 대안교과서가 이미 일반화한 ‘4·19혁명’이나 ‘4·19의거’라는 명칭을 굳이 ‘4·19학생운동’으로, 그리고 민주화 이후 이미 정착된 ‘5·16군사쿠데타’를 ‘5·16혁명’이니 ‘5월혁명’, ‘군사혁명’ 등의 이름으로 바꾼 데 대해 학계에서 의혹과 비판이 쏟아졌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 현대사는 국가가 너무 비대하고 시민사회 힘이 너무 열악해 군대와 학생이 맞서온 것이 하나의 흐름인데, 학생이 주도한 4·19와 군대가 주도한 5·16 둘 다 모두 ‘혁명’이라 할 순 없었을 테니까, 한쪽을 혁명으로 치장하려면 의당 다른 한쪽을 깎아내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도 “역사를 인과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거꾸로 5·16을 정당화하기 위해 4·19를 그렇게 규정한 것”이라며, “사건의 명칭은 종합적인 평가에 토대를 둬야 하는데 4·19의 역사적 성과를 굳이 무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5·16을 산업화 대안세력의 등장이라며 혁명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그런 이유에서 5·16을 혁명이라 한다면 일제가 대륙진출을 위해 한반도를 급속히 산업화한 1920~30년대도 일제의 ‘조선혁명’이라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4·19도 포괄적 의미에서 ‘운동’일 수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라면 프랑스대혁명도 프랑스운동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프랑스혁명을 굳이 프랑스운동이라 부르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덧붙였다.
대안교과서는 4·19 이후 운동이 급진화한 것과 관련해 “좌파적 세력이 학생운동을 장악하기 시작했다”거나 “급속도로 사회주의적 방향으로” 변화했다면서 ‘반외세’ 통일론을 “북한의 대남적화노선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학생들의 구호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민주주의적 질서를 포기해가며 실질적으로 중립화통일이나 공산화통일도 감행하자는 세력들”과 바로 연결시켰다.
이에 한 교수는 “이승만정권의 성격이 뭐냐. 평화통일을 주장한 조봉암을 처형한 정권 아니냐. 그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학생들이 평화통일을 외치고 통일하자며 판문점에서 남북 학생들이 만나 통일논의하자는 게 왜 친북좌파냐. 그들이 월북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라며 자연스런 시대흐름이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당시 운동세력은 미국에 대해 제국주의라고 한 적도 없다”며 “그들은 과학적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나이브한 민족주의 수준이었으며 좌파니 친북, 사회주의 따위로 보는 건 오히려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4·19 후반기에 노동운동과 유가족운동, 그리고 대중당 등의 합법적 진보정당들이 나타났으나 그들 역시 친북좌파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중립화통일을 공산화통일과 동일선상에 놓고 위험세력으로 몬 것과 관련해 “스위스 같은 나라가 위험하다는 얘기냐. 그건 마치 지금의 노무현 정권을 좌파정권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념색맹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럼쪽 교과서가 제시한 논리들은 결국 ‘박정희체제’ 재평가로 직결돼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 의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교과서포럼 30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 6차 심포지엄-한국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에서 포럼 도중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등 5개 관련단체 회원들이 들어와 포럼 참가자인 연세대 유영익(왼쪽) 석좌교수를 위협하고 있다. 2006.11.30 (서울=연합뉴스)
난장판, 교과서포럼 30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 6차 심포지엄-한국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에서 포럼 도중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등 5개 관련단체 회원들이 들어와 포럼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006.11.30 (서울=연합뉴스)
난장판, 교과서포럼 30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 6차 심포지엄-한국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에서 포럼 도중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등 5개 관련단체 회원들이 들어와 포럼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006.11.30 (서울=연합뉴스)
30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 6차 심포지엄-한국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에서 포럼 도중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등 5개 관련단체 회원들이 들어와 포럼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006.11.30 (서울=연합뉴스)
4·19혁명동지회와 4·19유족회 등 5개 관련 단체 회원들이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6차 심포지엄’에서 “숭고한 4·19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며 발제자로 나선 이영훈(왼쪽) 서울대 교수의 멱살을 잡고 밀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 6차 심포지엄-한국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에서 포럼 도중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등 5개 관련단체 회원들이 들어와 포럼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2006.11.30 (서울=연합뉴스)
교과서포럼 30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 6차 심포지엄-한국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에서 포럼 도중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등 5개 관련단체 회원들이 들어와 포럼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006.11.30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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