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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뉴라이트교과서] ③ 자민족 성공의 역사에 집착

등록 2006-12-03 21:45수정 2006-12-12 14:49

민간인학살 등 과오엔 침묵
“일본 극우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근현대사 대안교과서 시안 발표로 논란을 부른 교과서포럼을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규정한 사람은 주진오 상명대 교수(역사)다.

새역모 초대회장을 지낸 니시오 간지가 편찬한 일본우익의 교과서 <국민의 역사> 제23장 ‘조선은 왜 계속 잠잤나’(이런 제목의 골수 일본예찬론을 쓴 사람은 오선화라는 한국인 극우다!)에 전형적 우익논리가 나온다. “자국조차 유지할 수 없는 청에게 조선반도를 내맡겨, 방치할 경우 반도는 러시아 것이 되든가 구미제국 안마당이 됐을 것이다. 다음에 벌어질 일은 일본의 독립상실과 분단통치다. 일본은 입다물고 좌시해야 했을까?” 8백쪽에 가까운 책은 일본민족의 위대함과 일본이 저지른 전쟁들의 정당성을 장황하게 풀어놓으면서 대만인들과 달리 그런 선의와 업적을 몰라주는 한국인들에 대한 엄청난 ‘배신감’ ‘억울함’ ‘담답함’을 늘어놓으며 원망한다.

일본 ‘새역모’ 우익논리 닮은꼴
포럼위원 13명중 역사전공 3명뿐

지난해 4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 공동학술대회’에서 사토 마나부 도쿄대 교수는 ‘한-일 역사교과서의 현재와 미래’라는 논문에서 “일본의 새역모와 한국의 교과서포럼은 아주 흡사한 수사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새역모와 교과서포럼을 “동일한 우익적 역사교과서 운동조직”이라고 설파했다. 그 근거로 다음 예들을 들었다. 첫째, “새역모는 ‘대동아전쟁’ 정당성과 일본인의 긍지회복을 주장하고, 포럼은 한국의 정당성과 한국인 긍지를 주장한다.” 교과서포럼 시안의 제1특징은 한국의 산업화세력(군사정권)이 주도한 현대화는 놀라운 성공을 거뒀으며 그것은 무능한 민간세력과 북한과 좌익들의 방해를 물리친 결과임을 계속 주장한다. 그들이 ‘민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건 북한과의 ‘민족공조’ 경우 때뿐이다. 둘째, “새역모와 포럼이 나란히 ‘자학사관’ 극복을 내걸고 있다.” 이는 포럼쪽이 새역모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셋째, “새역모와 포럼은 자민족 성공의 역사에 집착하면서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포럼 시안은 예컨대 베트남전쟁 파병이 산업화에 필요한 돈벌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예찬하면서도 베트남전 성격, 파병이 베트남과 한국에 끼친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보도연맹사건 등 우익의 좌익 또는 민간인 학살 과오에도 거의 입다문다. 넷째, “새역모와 포럼엔 전문역사학자가 거의 없고 그들중 일부는 좌익에서 전향한 자들이다.” 포럼 공동대표 3인중 서울대의 박효종 교수는 정치학, 이영훈 교수는 경제학 전공이며, 역사 전공자는 충남대 차상철 교수다. 13명의 운영위원중 9명이 미국에 유학했고 3명이 일본에 갔다왔다. 13명중 역사학 전공자는 3명뿐이다. 니시오 간지가 도쿄대 독문학과 출신이고 새역모 최대이론가 후지오카 노부가쓰 전 도쿄대 교수가 홋카이도대 교육학 전공자인 것과 닮았다.

이태진 서울대 교수(국사)는 <도쿄대생들에게 들려준 한국사>(태학사)에서 조선이 근대화를 하지 못한 게 아니라 일본이 자신의 근대화를 위해 조선의 근대를 강탈해갔다고 지적했다. 포럼 시안은 일제시대를 ‘시장경제 기반의 구축’,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자본의 유입’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의 항목으로 그리면서 근대화가 일제 덕이라고 외친다. 토지조사사업을 통한 일제의 토지 수탈, 쌀공출 자체를 부정하면서 조선 농민이 가난했던 건 낮은 생산성 탓이라 결론짓는다. 뉴라이트를 포함한 한국우익이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과거사진상 규명을 극도로 혐오하고 친미반공에 집차하면서 북한을 적대시하는 것도 새역모와 닮았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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